[책마을] 높이 날다 죽음 맞이한 '이카루스 신화' 의 재해석…힘차게 날아라, 이 시대는 이카루스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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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 이야기빌 클린턴 행정부 2기의 내무장관 브루스 배빗은 100여년 역사의 엘화강 댐을 폭파하자고 주장했다.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댐이 연어의 산란 과정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원의원과 언론의 비난은 물론 대통령의 질책까지 이어졌다. 몇 년 후 그는 미국의 7만5000개가 넘는 댐 가운데 엘화강 댐보다 훨씬 작고 쓸모없는 노스캐롤라이나의 댐을 부수기로 했다. 이번에는 널리 홍보하지 않고 조용히 해치웠다. 댐을 폭파하고 나자 물고기 개체 수가 1년 만에 40년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2012년 마침내 엘화강 댐이 무너졌다.
세스 고딘 지음 / 박세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64쪽 / 1만4000원
세계적인 경영 구루이며 베스트셀러 저자인 세스 고딘의 신간 《이카루스 이야기》에 나오는 실화다. 양식장에 해초가 달라붙어 해류의 흐름을 막는 바람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고 아무런 권한도 책임도 없지만 원통형 그물을 창안해 문제를 해결한 스물한 살의 산 페르산드, 수익성이 높고 경영도 안정된 기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존 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여행정보 제공회사 트립티즈를 지난해 설립한 찰리 오스몬드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을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용기와 통찰력, 창조성과 결단력을 갖춘 사람이 아티스트다. 이들이 하는 일은 ‘아트’다. 새로운 틀을 구축하고 사람과 아이디어를 연결하며 정해진 규칙 없이 시도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 헨리 포드, 마틴 루서 킹은 그래서 아티스트다.
왜 아트와 아티스트가 중요한가. 안전지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안전지대는 비즈니스가 우호적인 환경에서 순조롭게 굴러가는 영역이다. 이에 비해 안락지대는 내면적으로 편안하게 느끼는 영역이다.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데도, 다시 말해 비즈니스의 환경이 달라졌는데도 이전의 안락지대에 계속 머무는 건 위험하다. 저자는 “세상이 달라졌다”며 새로운 안전지대로 이동하라고 주문한다. 제품을 생산해 부를 쌓던 산업사회 시대는 저물고 ‘연결’과 ‘관계’라는 완전히 새로운 것에서 가치가 창출되는 ‘연결경제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 사람과 사람, 사람과 조직, 사람과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연결경제의 기반이다. 연결경제가 매력적인 것은 계속 확대되고 관계가 넓어지고 하나의 정보가 더 많은 정보로 이어지면서 풍요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자체적으로 더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의 선택과 결정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먼저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쓰고 싶으면 블로그에 쓰면 되고, 노래나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리면 된다. 코미디언 마크 론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초대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팟캐스트를 개설해 100만명의 청취자를 끌어모았다. 연결경제 이전에는 성악가의 1% 미만이 자신의 목소리로 인세를 받았지만 연결경제에서는 아이튠즈를 통해 곡을 파는 것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저자는 그래서 “허물을 무너뜨리고 바꿔라. 지도에 의존하지 마라. 고통을 즐겨라. 행동하라. 자신을 드러내라. 실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하는 ‘도마뱀의 뇌’는 떨쳐버려라”라고 강조한다. 책의 원제는 ‘The Icarus Deception’(이카루스의 속임수)이다.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단 이카루스가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당부를 무시한 채 너무 높이 날다가 밀랍이 녹아내려 추락사했다는 게 우리가 아는 이카루스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는 이 이야기에서 빠진 부분이 있다며 다이달로스는 아들에게 너무 낮게도 날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전한다. 수면에 너무 가까이 날다가 날개가 젖어 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산업주의자들은 너무 높이 나는 것의 위험만 강조하며 사람들을 충성과 복종, 보상과 안락이라는 틀 속에 가둬버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겸손을 저버린 채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해 달려간 이카루스의 기개를 가져보라”며 묻는다. 당신은 아티스트인가.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