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피랍 한석우 KOTRA 무역관장 무사 구출 "몸값 협상 없었다"…긴박했던 72시간

리비아 당국, 납치범 체포
"한 관장, 건강 이상 없어"
리비아에서 무장 괴한에 납치됐던 한석우 KOTRA 트리폴리 무역관장(사진)이 사흘 만에 구출됐다. 외교부는 23일 새벽 2시50분 한 관장의 석방 소식을 확인하고 2시간 뒤 공식 발표했다. 정부 당국자는 “한 관장이 한국 대사관으로 인도돼 현지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며 “납치범들의 폭행이나 가혹 행위는 없었고 한 관장의 건강에도 이상이 없다”고 전했다. 납치범들은 군소 무장단체 일원으로 처음부터 금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리비아 정부는 협상이 본격 진행되기 전 납치범의 은신처를 급습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피 말렸던 72시간
한 관장은 지난 19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간)께 퇴근길에 수도 트리폴리 시내에서 개인화기 등으로 무장한 괴한 4명에게 납치됐다. 납치 소식을 접한 한국 정부와 리비아 보안당국의 대응은 신속했다. 정보망을 총동원해 피랍된 지 3시간 만인 8시30분께 한 관장의 신변 안전을 확인한 양국은 납치범들의 은신처를 알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양국은 이 같은 사실을 철저히 보안에 부쳤다. 납치범들이 은신처를 옮기거나 자극받은 납치범들이 극단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한 관장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납치범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단속에 나섰다. 때문에 알카에다 등 정치적, 종교적 목적의 테러범 소행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대사관 측에 20일께 납치범들이 한 관장의 몸값을 요구하며 협상을 제안해 왔다. 몸값은 100만달러(약 10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정부는 납치범들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하던 중 22일 오전 납치범들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히고 협상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납치범의 정확한 은신처 위치를 확인하고 오후 5시 한 관장이 피랍된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트리폴리의 한 건물에 있던 납치범 은신처에 보안군을 기습 투입, 납치범 4명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무방비 상태였던 납치범들은 현장에서 총기나 폭탄 등을 이용한 교전 등 별다른 저항 없이 투항했다.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로써 납치된 지 72시간 만인 22일 오후 5시, 한국 시간으로 밤 12시 무렵에 한 관장은 극적으로 풀려났다.

○리비아 정부와 공조로 신속 구출

한 관장이 풀려나는 데는 72시간이 걸렸다.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구출에 성공한 것은 한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리비아 정부의 적극적인 공조 덕분이었다. 여기에 협상을 위장한 뒤 기습 공격하는 작전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납치범들이 실업상태의 젊은이로 상황 판단에 미숙하다는 점, 한국인을 겨냥해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가 아니라는 점 등에 중점을 두고 신속히 병력을 투입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외교부 당국자는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준 리비아 당국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한 관장은 석방 직후 한국 대사관으로 인계된 뒤 “대사관과 KOTRA뿐 아니라 리비아 정부, 우리 국민이 염려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한 관장은 구금 당시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려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장은 대사관이 마련한 숙소에서 수면을 취한 뒤 정밀 건강검진을 받고 가족들이 있는 몰타에서 안정을 취할 예정이다. KOTRA는 당분간 한 관장을 다른 지역으로 전보시키지 않고 일정 기간 휴식을 갖게 한 뒤 귀국 조치하기로 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