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피랍 한석우 KOTRA 무역관장 무사 구출 "몸값 협상 없었다"…긴박했던 7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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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8
리비아 당국, 납치범 체포
"한 관장, 건강 이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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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말렸던 7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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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하게 기다리던 대사관 측에 20일께 납치범들이 한 관장의 몸값을 요구하며 협상을 제안해 왔다. 몸값은 100만달러(약 10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정부는 납치범들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하던 중 22일 오전 납치범들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히고 협상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납치범의 정확한 은신처 위치를 확인하고 오후 5시 한 관장이 피랍된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트리폴리의 한 건물에 있던 납치범 은신처에 보안군을 기습 투입, 납치범 4명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무방비 상태였던 납치범들은 현장에서 총기나 폭탄 등을 이용한 교전 등 별다른 저항 없이 투항했다.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로써 납치된 지 72시간 만인 22일 오후 5시, 한국 시간으로 밤 12시 무렵에 한 관장은 극적으로 풀려났다.
○리비아 정부와 공조로 신속 구출
한 관장이 풀려나는 데는 72시간이 걸렸다.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구출에 성공한 것은 한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리비아 정부의 적극적인 공조 덕분이었다. 여기에 협상을 위장한 뒤 기습 공격하는 작전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납치범들이 실업상태의 젊은이로 상황 판단에 미숙하다는 점, 한국인을 겨냥해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가 아니라는 점 등에 중점을 두고 신속히 병력을 투입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외교부 당국자는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준 리비아 당국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한 관장은 석방 직후 한국 대사관으로 인계된 뒤 “대사관과 KOTRA뿐 아니라 리비아 정부, 우리 국민이 염려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한 관장은 구금 당시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려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장은 대사관이 마련한 숙소에서 수면을 취한 뒤 정밀 건강검진을 받고 가족들이 있는 몰타에서 안정을 취할 예정이다. KOTRA는 당분간 한 관장을 다른 지역으로 전보시키지 않고 일정 기간 휴식을 갖게 한 뒤 귀국 조치하기로 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