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부실감사' 공포…2013년 650억 규모 소송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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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건 중 14건 투자자 승소상장사의 부실 감사에 대해 회계법인의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 연간 650억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도 피해 배상을 요구한 투자자 측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늘면서 관련 소송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26일 전국 법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투자자들이 부실 감사로 피해를 입었다며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가운데 1심이 선고된 소송가액 1억원 이상 사건은 21건, 소송가액 합계는 총 655억원이었다. 법원은 21건 중 14건(66.7%)에서 회계법인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책임 비율은 적게는 5%에서 많게는 70%였다. 법인들이 감사한 회사와 연대 배상해야 하는 부분 등을 포함한 총 배상금액 규모는 166억원에 달했다. 대표적으로 삼일회계법인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포휴먼의 분식회계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표시했다가 회사가 증시에서 퇴출되면서 투자자 137명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0월 “감사인으로서 임무를 게을리했다”며 삼일회계법인 측에 14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삼일의 작년 순이익(48억여원)의 약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사건은 현재 양측 항소로 서울고법에 계류 중이다.
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소송이 증가한 것은 최근 2~3년 새 생겨난 추세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지난해에는 부산저축은행을 부실 감사한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잇따라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 저가 경쟁이 심해지면서 적은 인력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그렇지 않아도 업무가 많은데 이 같은 분위기로 이달부터 3월까지 감사 기간 동안 회계사들의 심적 부담이 극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