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무대'로 변질한 다보스포럼…中·日 우발적 충돌 발언·시리아 내전 이슈

세계 100여개 국가의 정·재계 지도자 4000여명이 모여 글로벌 현안을 논의한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 총회가 25일(현지시간)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경제 현안에 대한 토론의 장이 아니라 정치적 홍보 무대로 성격이 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의 재편(The reshaping of the world)’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소득불균형, 청년 실업문제, 급격한 기후변화 등을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축소와 이에 따른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의 통화팽창 정책 등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마지막 세션에 참석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세계 경제를 조심스럽게 낙관할 수 있다”며 “미국은 올해와 내년 3% 정도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유럽도 회복 중이고 일본도 중요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사모펀드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보다 조심스러운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세계가 결국 나쁜 상황에 처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좀 더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경제 올림픽’으로 인식되는 다보스포럼이 올해는 정치적 현안이 강조됐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정계 인사가 대거 방문하면서 정치적 이슈들이 민감한 주제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중국·일본 간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시사한 아베의 망언도 이곳에서 나왔다. 개막 당일 스위스의 다른 도시 몽트뢰에서 시리아 내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평화회담이 열린 것도 정치적 색채가 강화된 이유로 꼽힌다.

BBC는 특히 “이란 대통령이 다보스를 찾은 것은 10년 만의 일로, 잔잔한 흥분의 물결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실제 로하니 대통령은 경제 개방을 약속하며 “이란은 다른 세계와 관계를 맺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