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통화·산책…尹의 '조용한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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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CEO' 24시
"거창한 회담으로 되는 게 아냐"…목소리 내기보다 디테일 신경
中 안중근기념관·美 동해병기…2014년 들어 외교현안 해결서 위력
아베 돌발행동 '덕'봤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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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장관의 ‘조용한’ 외교가 올 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논란이 벌어진 사안은 무조건 덮어두고 다음으로 미루던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물밑 작전을 펼친 결과다. 지난 19일 중국 하얼빈역에 문을 연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현장에 표지석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일본은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몰아세우며 극렬히 반발했다.
결국 외교부와 중국 정부는 극비리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외교부는 안 의사와 관련한 사료 등을 몰래 지원하면서도 이 사실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기념관 개관식은 중국 인사 몇 명만 참석해 약 10분간 조촐하게 치러졌다. 정부 관계자는 “외교 문제로 행사를 화려하게 진행하지 못했지만 기념관으로까지 규모를 키운 것은 큰 성과”라고 했다. 현지 무장 괴한에게 납치됐다가 최근 풀려난 한석우 KOTRA 리비아 트리폴리무역관장 구출 과정에서도 치밀하고 드러나지 않는 외교적 노력이 있었다.
윤 장관의 조용한 외교는 작은 것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디테일’의 힘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윤 장관은 발표자료의 단어 하나, 마침표까지 일일이 챙기는 세심한 스타일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보다 비공식적으로 자주 만나 친목을 다지는 것을 선호한다. 윤 장관은 “외교는 거창한 회담으로 되는 게 아니다”며 “회담 후 산책하며 이야기하는 2~3분 동안 진짜 중요한 얘기가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관으로 취임하자마자 주변국 외교장관들과 20~30분간 전화로 ‘수다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윤 장관은 지난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40분간 통화했더니 한·중 회담이 돼 버렸다”고 했다.
다만 이런 외교 스타일에 한계도 있다. 작은 것에 신경쓰다 보니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다소 소홀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외교 성과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돌발 행동과 우경화에 ‘덕’을 입었다는 분석도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수동적인 외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