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도 수행을 마치고

밖에선 한국의 발전을 부러워하는데
정작 안에선 불필요한 역사논쟁이나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khg@ahpek.or.kr >
나는 어떤 나라나 지역을 의도적으로 비교하거나 폄하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우리나라가 정말 최고”라는 생각을 늘 갖고 산다. 이달 중순 대통령 경제사절단으로 인도를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인도와 뉴델리 방문은 처음이었다. 매캐한 매연과 열악한 환경 등 당황스러운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세숫물조차 때론 생수를 사서 써야 했다. 한국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며칠 전 주한인도네시아 대사가 우리 회사(회사명 신영)와 공장을 방문했다. 그에게 여러 가지 소감을 물었다. 꽤 오래된 친구로서 솔직한 그의 심정을 물은 것이다. 그는 우리의 1960~70년대를 언급하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어떻게 이렇게나 빨리, 확실하게 ‘social transformation(사회개조)’을 할 수 있었는지 부럽다”고 했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국가 지도자, 그리고 그 지도자의 철학을 따라 이런 대한민국을 만든 한국 국민들이 정말 대단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런 가슴 뿌듯함의 다른 한편에선 왠지 모를 불편함도 피어올랐다.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논쟁에서 보듯이 과연 이 사람이 우리의 제대로 된 근현대사를 읽었을까 하는 조바심과, 이런 우리의 자랑스러움을 언제까지 지켜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 방문 시 언급한 간디의 말을 빌리면, “미래는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비정상적인 것들이 판을 치니 정상적인 말들이 이상하게 보이고, 귀해 보이고 그래서 그런 얘기를 하면 유명인이 되나 보다. 경제사절단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은 어느 신문기사가 내 가슴을 때렸다. ‘공동체 의식이 완전히 무너져 가는 나라, 한국’이라는 기사였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시작된 지 몇십 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구더기가 나오고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너무 심한 표현 같지만, 어쩌면 정말 귀담아 들어야 할 우리들의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경구(警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불편한 진실들을 넘어서서 진정 우리가 이뤄놓은 것을 지키고 남을 아끼며 존중하는, 그런 ‘공덕(公德)’의 정신과 공덕의 정치 전통을 살려내야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khg@ahpek.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