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영상+음악 '3박자 완벽 하모니'…'겨울왕국' 흥행 새역사 쓴다

13일만에 관객357만명 돌풍
쿵푸팬더 기록 갈아치울 듯
얼음왕국의 여왕 엘사는 원하지는 않는데도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자신의 힘을 두려워해 왕국을 떠난다. 동생 안나는 얼어버린 왕국의 저주를 풀기 위해 엘사를 찾아 혹독한 겨울여행을 떠난다.

얼음왕국 두 자매의 애틋한 정을 그린 디즈니의 장편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사진)이 연초 극장가를 석권했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개봉 13일 만에 관객 수 역대 3위인 357만명을 기록했다. 흥행 추세를 고려하면 조만간 애니메이션 부문 1, 2위인 ‘쿵푸팬더2’(506만명)와 ‘쿵푸팬더’(460만명)의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전 세계에서 이날까지 8억1000만달러의 관람료 수입을 기록해 사상 최고인 ‘토이스토리3’의 10억달러 기록을 넘을지가 관심거리다.

인터넷에는 팬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디즈니와 함께한 시간이 스스로 빚은 기적”, “너무 감동적이라 눈물이 핑! 하다가도 키! 하면서 웃게 된다. 영상미도 뛰어나다”,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애들만 본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겨울왕국’을 계기로 인식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겨울왕국’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애니메이션이다. 최근 골든글로브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받았고, 다음달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과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있다. 이 작품의 흥행 비결은 동화 속 두 자매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데 있다. 동화나라 두 왕녀의 이야기지만 적대적인 캐릭터로 마녀가 등장하는 전형성에서 벗어나 있다. 언니의 고뇌가 마녀를 대신한다. 이는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마녀와 다름없는 것이란 깨우침을 준다.

왕자가 아니라 평범한 얼음장수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오는 플롯도 신선하다.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예찬하는 것이다. 저주를 푸는 과정에도 더 이상 왕자의 키스는 필요없다. 자매의 사랑이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능동적인 현대 여성상의 반영이다.

훌륭한 비주얼은 재미를 더해준다. 눈과 얼음의 결정체를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었지만 너무 딱딱하지 않고 온화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얼음 성은 크리스털 성처럼 영롱해 공주의 캐릭터와 어울린다. 주인공들의 심경을 절묘하게 그려낸 노래도 한몫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브로드웨이 뮤지컬 양식을 적절하게 결합시킨 셈. 디즈니는 이 작품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제작하기로 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최근 미국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뮤지컬 제작을 위한 초기 개발 단계에 있다”며 ”영화의 감동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최상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