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색화 K아트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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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등 단색화전 '러시'197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사조로 자리 잡은 단색화 장르가 K아트의 새로운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단색화는 한 가지 색의 선이나 명암으로 대상을 묘사하는 미술 사조로 이우환, 박서보, 정창섭, 윤형근, 하종현, 김장섭, 김창열 등 20여명이 단색화가로 분류된다. 1970년대 당시 세계 미술계의 주된 경향이었던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 등에서 영향을 받은 이들을 테마로 한 전시 기획 및 연구가 새해 들어 활발해지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오는 9월 국내 최대 규모의 단색화전을 준비 중이다. 1980년대 국내 화단을 달궜던 단색화 장르를 재조명하기 위 해서다. 국제갤러리는 이번 전시에서 한국 단색화 1세대로 분류되는 박서보 윤형근 이우환 정창섭 등의 작품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한국 단색화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외 컬렉터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9월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아트페어와 10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아트페어, 12월 미국 마이애미 바젤 아트페어 등에서 한국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을 잇달아 소개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는 것.
이 때문에 올해는 국제갤러리 외에도 여러 화랑이 단색화전을 열 전망이다. 갤러리 현대는 오는 5일부터 3월9일까지 국내 단색화 작가들의 종이 작업을 보여주는 ‘종이에 실린 한국 현대작가의 예술혼’전, PKM갤러리는 하반기에 단색화가 윤형근 화백의 유작전을 각각 열 계획이다. 아라리오갤러리도 단색화가 작품을 모은 기획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무대에 단색화의 미학을 선보이는 작가도 늘고 있다. 이우환 화백은 오는 6월 프랑스 베르사유궁 개인전에서 단색화와 조각 ‘관계항(Relatum)’을 선보인다. 정상화 박서보 이강소 등은 스위스 바젤아트페어 등 굵직한 아트페어에 참가해 한국 단색화의 우수성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한국 단색화를 연구해온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로버트 라이먼, 애드 라인하르트 등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모노크롬 회화가 시각 중심적인 사고라면 한국의 단색화는 끈질긴 자기와의 싸움, 행위의 반복”이라며 “1970년대 일본에서 성행한 ‘모노하(物派)가 세계적인 언어가 됐듯이 단색화가 한국 미술의 브랜드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플렉시글라스 등 다양한 산업 재료를 사용하거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정작 작품 제작은 공장에 맡겼던 서구 모노크롬 작가들과 달리 한국 단색화가들은 몸을 도구 삼아 한 가지 재료로 평생 수행하듯 그림을 그려 독창적”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