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큰 파도에 대처하는 자세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
하얗게 밀려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 낭만적인 이미지가 앞서지만 알고 보면 파도는 거칠고 힘이 셉니다. 부단히 밀려와 해안의 모습을 쉴 새 없이 변화시키지요. 아무리 잔잔한 파도라 해도 오랫동안 드나들며 돌과 자갈을 굴복시키고 맙니다. 파도의 속성은 예측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작아 보였던 먼 파도가 해변가 내 앞에서 의외로 커져 당황한 경험, 한번쯤 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파도는 바람이 만듭니다. 파도의 속도가 처음에는 바람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파도는 바람보다 빨라지기도 합니다. 지속적인 작용과 마찰이 에너지로 축적돼서입니다. 불어온 거리와 시간이 긴 바람은 집채만한 파도를 순간적으로 만들어 냅니다. 큰 배가 일엽편주처럼 수장되는 일도 그래서 일어나지요. 뱃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삼각파도라고 합니다. 진행 방향이 다른 풍파가 서로 충돌하고 간섭해 뾰족하고 높게 형성된 큰 파도입니다. 태풍의 중심 부근이나 한랭전선처럼 풍향이 급변하는 곳에 나타난다는군요. 종잡을 수 없는 방향과 압도적인 규모 탓에 한번 휘말리면 어떤 노련한 선장이라도 손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새해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에 삼각파도 못지 않은 풍파가 일고 있습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본격화, 중국의 뚜렷한 성장세 둔화, 그로 인한 신흥국 시장의 동요라는 세 갈래 거센 바람입니다.

삼각파도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피하는 것입니다. 평온한 해안가로 배를 피신시키거나, 파도가 약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선방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한국도 안전지대는 결코 아닐 것입니다. 베터라이프가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항구와 비바람이 덜한 항로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