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삼총사, 金빛 질주 막바지 '담금질'

소치 올림픽 D-2

'효자' 스피드스케이팅 메달 전쟁 스타트

선수들 전원 첫 합동훈련…헷갈리는 빙질 적응 관건
왕베이싱 등 이상화 라이벌…시범경기 치르며 실전훈련
이상화(가운데 ) 등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3일 밤(한국시간) 아들레르 아레나 스피드스케이팅센터에서 첫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빛 빙판 위에서 메달을 향한 한국과 경쟁국들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됐다. 한국이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 종합순위 5위)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해 새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선전 여부가 한국 선수단의 종합 성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한국, 첫 훈련으로 분위기 적응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소치에서 첫 합동훈련을 시작했다. ‘빙속 삼총사’ 이상화(25·서울시청), 모태범(25·대한항공), 이승훈(26·대한항공)을 비롯한 대표팀 15명은 3일 밤(한국시간) 결전지인 러시아 소치에 있는 아들레르 아레나 스피드스케이팅센터에서 훈련을 했다.

첫 훈련은 경기장 적응에 초점을 맞춰 신중하게 진행됐다. 선수들은 한 시간 가까이 스트레칭과 지상 훈련을 하며 몸을 푼 뒤 빙판에 올라 가볍게 스케이트를 탔다. 훈련 패턴을 달리한 ‘맏형’ 이규혁을 제외한 14명의 선수들이 발맞추며 줄지어 달리는 모습은 스케이트장에 나온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장·단거리, 남녀 등으로 나눠 선수들은 페이스를 유지하며 호흡을 맞추다가 30~40분여 지난 뒤에는 본격적으로 스피드를 내기 시작했다. 스타트 훈련까지 두 시간여 훈련을 소화한 선수들은 숙소로 돌아갔다. ○경쟁자들 실전 훈련까지

금메달을 놓고 경쟁할 라이벌들은 한국 선수단에 앞서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모태범과 남자 1000m에서 맞붙을 샤니 데이비스(미국)는 일찍 소치에 들어와 지난달 31일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남자 1000m 올림픽 3연패라는 대기록에 도전하는 데이비스는 “누구나 나의 라이벌이 될 수 있으나 ‘샤니’라는 이름을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여자 500m 세계기록 보유자 이상화를 뒤쫓는 왕베이싱(중국),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 헤서 리처드슨(미국) 등은 나란히 3일 열린 시범경기에 출전해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시범경기는 정식 대회를 열기 전 실전에서 경기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열리는 리허설 형식의 이벤트다. 전날 도착한 한국과 네덜란드 선수들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 일본, 독일, 러시아, 미국 등 여러 팀이 참가했다. ○달라진 빙질 적응 급선무

첫 훈련을 마친 뒤 아들레르 빙상장의 빙질 적응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케빈 크로켓 코치(40·캐나다)는 “빙질이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때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당시엔 아들레르 빙상장의 빙질이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린 밴쿠버 올림픽 오벌의 빙질과 비슷해 적응을 자신했다. 하지만 이날 첫 훈련을 마친 뒤 이규혁은 “무른 편”이라고 평가한 반면 이상화는 “단단하더라”고 답했다.

이상화는 “첫날이라 그런지 아직 모르겠지만 작년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상태로 경기에 나선다면 얼음에 몸을 맞춰야 한다. 너무 신경 쓰지는 않으려 한다”고 했다. 실전에서 빙질이 또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예상과 다른 빙질에 빠르게 적응하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