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약 줄게 제네릭 다오"…한국MSD '팔팔'파는 사연

복제약 3종·오리지널약 9개
한미약품과 판매권 맞교환
"제품군 늘려 성장정체 타개"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현동욱 한국MSD사장이 5일 한미약품 본사에서 공동마케팅 협약식을 열었다. 한미약품 제공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MSD가 한미약품의 발기부전치료제 ‘팔팔’ 등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을 공동 판매키로 해 화제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판매하는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제약업체의 제네릭을 패키지로 도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미약품(사장 이관순)과 한국MSD(사장 현동욱)는 5일 양사가 각각 보유한 3개, 9개 의약품을 국내에서 함께 판매하는 공동 프로모션 협력계약을 맺었다. 남성갱년기 장애치료제 ‘안드리올’,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프로스카’ 등 MSD의 오리지널 의약품 9개를 한미약품이 건네받고, 한국MSD는 한미약품의 발기부전치료제 ‘팔팔’, 안구건조치료제 ‘히알루미니’ 등 3개 복제약을 판매하게 된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 판매권을 주고받은 셈이다. 지금까지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 간 개량신약을 함께 판매하는 계약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특허가 풀린 제네릭을 패키지로 주고받아 공동 판매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제약업계는 한국MSD의 제네릭 확보를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들은 정부의 일괄 약가 인하 등 지속적인 약가 압박 정책으로 최근 3년간 정체 또는 후퇴하고 있다. 한국MSD의 경우 타사에 비해 사정이 나은편이나 최근 2~3년새 성장세가 둔화됐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을 혼합한 제품군 확대에 나선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한국MSD 관계자는 “급변하는 한국 제약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립선비대증치료제와 발기부전치료제처럼 시너지가 기대되는 의약품을 중심으로 공동 판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과 한국MSD는 개량신약 분야에서는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고혈압복합제 ‘아모디핀’의 해외판권을 MSD가 확보해 세계 50여개국에 ‘코자XQ’라는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이번 계약은 기존 다국적사와 국내사 간 협력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수평적인 윈윈 모델”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