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수입차 부품값 엉터리 고시

정인설 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홈페이지는 왜 3년째 그대로지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도요타코리아가 지난달부터 부품값을 인하했다고 해서 수입자동차협회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수입차 업체들이 2011년 6월부터 이곳을 통해 부품가격을 알리고 있어서다. 그러나 두 업체는 할인된 가격을 반영하지 않았다. 벤츠는 작년 3월 이후 부품값을 그대로 놔뒀고 도요타는 2012년 10월 이후 가격 정보를 바꿔 놓지 않았다.

그나마 벤츠와 도요타는 모범생에 속했다. 재규어와 푸조 정도만 지난해에 부품값을 변경했고 대부분 업체들은 가격 정보를 수정한 지 2년이 넘었다. 특히 BMW와 아우디, 폭스바겐 등은 부품값을 수입차협회에 처음 공시한 2011년 6월 이후 단 한 번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수입차협회는 “수입차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일이 정보 업데이트가 힘들어 업체별 부품 가격 정보 사이트를 연결시켜 놨다”고 했다. ‘개별 가격 정보 사이트에 접속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사이트에 일일이 들어가 봤다. 혼다코리아 정도만 자체 홈페이지에 상세한 부품값을 올려놓았을 뿐 대부분 업체들은 가격 정보를 단 한 줄도 써놓지 않았다. 달랑 정비센터 전화번호만 표기해 놓은 게 고작이었다.

링크된 수입차 업체의 정비센터에 전화를 해봤다. 부품 가격이 수입차협회에 표기된 것과 같은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예상대로 홈페이지에 고시된 가격과 달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브랜드의 정비센터 세 곳에 앞범퍼와 배터리 가격을 각각 물어봤는데 센터마다 부품값이 2만~3만원씩 차이가 났다. 차량 브랜드는 같아도 차를 팔고 AS를 해주는 딜러 회사가 달라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부품값은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부품 가격 정보를 매일 업데이트하는 국내차 업체들과 대조적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차 수리 과정에서 바가지 부품 요금을 요구한다는 비난을 들을 만하다. 정부의 감독 소홀도 문제다. 뒤늦게나마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모든 자동차 회사에 대해 분기마다 자체 홈페이지에 부품가격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정인설 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