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규제' 통로 청부입법 금지

국무조정실 업무보고
의원입법도 규제영향 평가
“규제개혁, 올해는 꿈까지 꿀 정도로 생각하고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국무조정실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국무조정실은 각 부처가 입법예고에 따른 까다로운 여론 수렴 절차 등을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활용해온 대국회 ‘청부입법’부터 없애겠다고 보고했다. 정부가 스스로 청부입법 근절을 선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폐해가 컸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의원입법의 가장 큰 폐해는 법안의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덩어리 규제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부입법은 정부와 국회의 기이한 공조체제와 결합해 회기를 거듭할수록 폭주하고 있다. 실제 15대 국회에서 41.2%에 불과하던 의원입법(가결 건수 기준) 비중은 19대 국회에서 81.7%로 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정부입법 비중은 58.8%에서 18.3%로 급감했다.

정부는 국회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법안도 사후에 규제영향을 분석해 공개하기로 했다. 규제총량제 도입과 규제일몰제 확대, 의료 금융 소프트웨어 관광 교육 등 서비스산업 규제 개선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와의 전쟁’이 성공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규제총량제를 도입한 데 이어 이명박 정부도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대못’을 뽑겠다고 했지만 이 기간에 규제 건수는 1만185건에서 1만5269건으로 50% 늘었다.

박근혜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45건의 규제가 폐지됐지만 425건이 증가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도 “중요한 건 새로 생겨나는 규제를 막는 게 아니라 현재 있는 규제부터 푸는 것”이라며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심기/고은이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