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넘어 깜짝 이익…'작은 거인' 메리츠종금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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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메리츠종금증권메리츠종금증권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작은 거인’으로 통한다. 자기자본 7084억원 규모(지난해 9월 말 기준, 15위)의 중소형사지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덩치가 2~3배 큰 대형 증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지난해 상반기(3~9월) 세전이익 481억원을 거둬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돈을 벌었다.
자기자본 규모 15위지만 2013년 상반기 세전이익 4위
덩치 큰 대형사와 나란히
2010년 메리츠종금과 합병…파생상품·NPL 등 특화된 사업
다른 곳보다 10배 수익…주가도 2년새 2배 뛰어올라
실질 중시·수평적 경영문화…인재 몰려들어 새 영토 개척
구조화금융, 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DLS), 부실채권(NPL) 등 특화된 사업분야가 성공비결로 꼽힌다. 증권업 불황 속에서도 각 사업분야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덕분에 연간 자기자본이익률(ROE) 13.5%를 기록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사의 평균 ROE가 2%, 업계 평균은 1.5% 수준이다. 같은 양의 자본으로 다른 증권사들보다 10배를 웃도는 수익을 낸다는 의미다. 일반 고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편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알짜 증권사’로 불리는 이유다. ○NPL 파생상품 신성장 주도
메리츠종금증권도 증권업 불황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다른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주식거래 대금 및 투자 감소라는 숙제를 떠안고 있었다. 하루 평균 주식거래대금이 2011년 9조1000억원에서 2012년 7조원, 지난해 5조8000억원으로 점점 줄어들면서 증권사들의 수익은 급감했다. 수익 감소를 막기 위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수수료 할인경쟁 등을 벌였지만 적자 폭을 키울 뿐이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주식 거래량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는 ‘주식시장의 링’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대형 증권사들의 사업 형태를 모방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분야를 통해 수익원을 발굴하기로 결정했다. 그 첫걸음이 2010년 3월 메리츠종금과의 합병이었다. 합병과 함께 거래대금 규모에 민감한 리테일 부문의 수익 비중을 낮추고, 새로운 영업 형태에 맞춰 조직을 재편했다.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종금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덕분에 메리츠종금증권은 원금보장형 자산종합관리계좌(CMA), 기업부동산담보대출, 리스영업 등 차별화된 사업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다.
길기모 메리츠종금증권 리스크관리본부장은 “저금리 기조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이제는 종금업 라이선스가 과거에 비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3년 전부터 채권, 파생, 외환 트레이딩, NPL 등 신성장 사업분야를 꾸준히 발굴한 덕분에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토종 증권사…2년 새 주가 2배 메리츠종금증권은 1973년 설립된 토종 증권사다. 한일증권으로 시작해 1990년 한진투자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0년 3월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하며 현재의 메리츠증권이라는
명을 썼다. 메리츠는 2000년 자체 개발한 기업이미지(CI)로, 영문 ‘MERIT’에 복수형 ‘Z’를 붙여 장점이 많은 금융회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11년 메리츠금융지주 출범으로 자회사로 편입됐다. 계열사로는 메리츠화재, 메리츠자산운용, 메리츠캐피탈 등이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리테일 사업 부문을 전략적으로 축소함에 따라 일반 고객들에겐 외국계 증권사로 오해받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미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선 인기종목으로 유명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메리츠종금증권 주가가 실적 성장세를 바탕으로 1년 새 24%나 올랐기 때문이다. 2012년 3월 말 기준으로는 주가가 94% 올랐다. 최근 2년 새 주가가 2배로 뛴 것은 같은 기간 증권업종이 평균 26%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3월 말 6.52%에서 12월 말 9.22%로 높아졌다. 기관 순매수 규모도 지난해 3월 말에 비해 4.2% 증가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의 기업설명회(IR)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다른 증권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메리츠종금증권은 꾸준한 성과와 함께 이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주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4대 문화’ 기반…인재가 몰린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프로의 문화 △실질의 문화 △수평적 조직문화 △소통의 문화 등 4대 문화를 갖고 있다. ‘프로의 문화’는 자발적 역량 강화와 성과에 비례하는 보상을 의미한다. 시장에서 최고로 꼽히는 전문가를 영입하고, 이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공정한 성과보상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질의 문화’는 관료주의와 형식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경영진은 “메리츠종금증권에는 관리만 하는 부서는 없다. 영업과 영업을 지원하는 부서만 있다”고 강조한다. 형식에서 벗어나 모든 역량을 실제 수익을 거두는 데만 집중한다는 뜻이다.
‘수평적 조직문화’는 메리츠종금증권의 회의실을 엿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최고경영진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영업·인수담당자들과 원탁에 앉아 회의한다. 담당자들은 임원, 평직원 상관없이 자유롭게 발언한다. 수평적 조직문화 덕분에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런 경영문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인재가 몰리고 있다. 채권분야 전문가인 박성진 자산운용본부 본부장과 박태동 글로벌트레이딩 총괄 상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지난해 6~7월 연이어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채권가에서 화제가 됐다. 박성진 상무는 “다른 회사는 업무에 대한 축적된 관행과 새로운 일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며 “메리츠는 다룰 수 있는 딜의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태동 상무는 “실질 중심의 문화와 빠른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았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