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얼음·자원왕국' 노르웨이의 번영보다 더 극적인 경제성장은 '한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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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 '겨울왕국'을 통해 본 경제성장
무역국가 '겨울왕국'처럼 노르웨이도 수산물 교역
풍부한 자원·기술진보…1인당 국민 소득 10만 달러에 육박
식민시대·전쟁거친 한국, 세계 8대 무역국가로 성장
겨울왕국의 재건보다 더 아름다운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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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은 아렌델 왕국의 두 공주 엘사와 안나의 ‘자매애’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이야기는 언니 엘사가 지닌 신비한 초능력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엘사와 그녀의 동생 안나는 어린 시절 둘도 없는 친구였고 엘사의 초능력을 이용해 함께 눈사람을 만들며 놀곤 했다. 하지만 엘사의 초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강해진다. 엘사가 여왕에 올라 대관식이 열리는 날 엘사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렌델 왕국을 모두 얼려버린다. 엘사는 결국 자책감에 왕국을 떠나고 안나는 언니를 찾아 험한 여정에 나선다. 자원과 무역의 나라,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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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는 연어 대구 등 풍부한 어획량을 앞세워 세계 2위의 수산 수출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영화에서도 노르웨이의 수산자원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쇼핑을 위해 찾아들어간 잡화점 주인 오큰은 안나에게 ‘루테피스크’라는 음식을 제공한다. 루테피스크는 노르웨이의 전통 대구 요리다. 시나리오 작가들이 실제 영화의 모델로 삼은 베르겐이라는 도시에는 지금도 이런 해산물 요릿집이 즐비하다.
연어와 담요를 바꾸는 원리 노르웨이는 무역강국이기도 하다.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333억달러. 아렌델 왕국 역시 교역이 활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겨울왕국 곳곳에는 상선 등 수많은 선박이 등장한다. 아렌델 왕국은 이웃 교역국가인 위즐튼에 수산물을 팔고 담요를 수입한다.
이 경우 위즐튼은 담요 생산에서 아렌델 왕국에 ‘비교우위’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아렌델 왕국이 담요와 연어를 바꾸는 원리)
또 아렌델 왕국은 연어를 1마리 생산해도 최대 생산 담요의 양은 29장이다. 기회비용은 1이다. 반면 위즐튼은 연어 1마리를 생산할 경우 최대 생산 담요의 양은 14장이 된다. 기회비용이 2가 된다. 따라서 아렌델 왕국은 연어 생산에서 위즐튼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리카도는 비교우위를 갖는 항목끼리 두 나라가 교역을 하면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절대적으로 모든 것이 열위에 있는 국가일지라도 교역을 하면 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회계로 본 경제발전
노르웨이가 지금의 경제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풍부한 자원과 무역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기술의 진보 등 다양한 요소도 포함된다. 이처럼 경제성장의 요인들을 분석하는 작업을 ‘성장회계’라 한다.
진정 아름다운 기적은
노르웨이는 19세기 말 전기가 발명되자 외국에서 기술을 도입해 대규모 수력발전소를 설립했다. 영화 속 얼음계곡(피오르) 지역이 수력발전에 최적의 입지여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 진보는 1900년대 초반 노르웨이 제조업 발전의 자양분이 됐다. 저렴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조선산업, 제지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엔 선박 산업까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선진국에 진입했다. 1969년 12월 발견된 북해 원유 역시 기술력 향상의 결과라 볼 수 있다.(→노르웨이의 경제발전 동력은)
모든 것을 얼려버리던 엘사는 진정한 ‘사랑’이야말로 모든 것을 녹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엘사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아름다운 얼음과 만물이 풍성한 여름이 공존하는 아렌델 왕국을 만든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아렌델 왕국의 재건보다 더 아름다운 기적은 한국 경제다. 일제 식민시대와 6·25 전쟁을 겪은 폐허 위에서 맨주먹으로 세계 8대 무역강국-무역 1조달러 달성이라는 기념비적 이정표를 일궜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처럼 천혜의 자원과 자연환경도 없었는데 말이다. 이제 누군가 이 열정적이고 가슴 벅찬 스토리를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시킬 때도 되지 않았을까.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시네마노믹스 자문 교수진 가나다순
▲송준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정재호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