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산타클라라…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가 잠든 도시

쿠바 어디에서나쉽게 만날 수 있는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체 게바라 기념품
여행을 좋아했던 아르헨티나의 청년 의사는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를 여행했다. 여기서 목도한 식민지 민중의 피폐한 삶은 그를 혁명가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붉은 별이 박힌 검은 베레모를 쓴 채 시가를 입에 문 체 게바라. 전설 같은 삶을 살다 간 그의 초상은 전 세계 청춘들이 열망하는 아이콘이 됐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도시, 체 게바라가 영원히 잠들어 있는 산타클라라로 향했다.

웃음에 마음이 놓이는 곳, 산타클라라
비달광장을 가로지르는 우마차를 타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
산타클라라는 아바나에서 동쪽으로 280여㎞ 떨어진 도시다. 누군가는 이곳에선 체 게바라의 발자취를 따르는 여정 외에는 볼거리가 없다고 폄하하지만 담백하게 쿠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매력적인 곳이다.희뿌연 매연이 가득 찬 아바나와 달리 산타클라라의 공기는 청량하다. 자동차 대신 우마차나 세 바퀴 자전거를 주요 대중교통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층 더 과거로 회귀한 느낌이다.

산타클라라의 시가지 중심, 정부군과 혁명군의 치열한 접전지였던 비달광장에 섰다. 총탄 자국이 곳곳에 선명한 건물 사이 사이의 여백은 가족, 연인끼리 주말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의 웃음으로 채워졌다. 광장에서 마주한 모든 풍경은 다양한 시간의 층위를 겹쳐 풀어낸 콜라주 같다.

골목 어디에선가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실례인 줄 알면서 살포시 열린 창문 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이들 여럿이 엄해 보이는 할아버지 선생님에게 레슨 중이다. 창 아래 자리 잡고 앉아 한참 동안 연주를 들었다. 어린아이들이지만 제법 멋진 소리를 낸다.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 필름이 도는 듯한 주변 풍경에 멍해질즘 지나가는 우마차를 타고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다. 광장은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과 여행객, 작은 행상들로 북적였다. 각종 간식거리, 책이나 옷, 꽃 등을 파는 점포들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들고나는 풍경은 우리의 쇼핑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체제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할 정도다. 광장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인 카리다드극장 건물 뒤편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테리아가 몰려있어 허기진 여행자를 달랜다. 흥겨운 리듬의 큐반 뮤직을 라이브로 듣는 즐거움은 덤이다.

체 게바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성지

광장의 활기를 뒤로하고 발길을 돌린 곳은 체 게바라 기념관이다. 체 게바라를 형상화한 25m 높이의 거대한 청동상이 참배객을 맞는다. 기념관에는 어린 시절부터 전사하기 전까지의 체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들, 피델 카스트로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교환한 서신, 그가 즐겨 쓰던 물건 등이 고스란히 체의 삶을 복원하고 있다.

기념관을 나와 체 게바라의 유해가 안치된 방으로 들어섰다. 체와 함께 볼리비아에서 전사한 36명의 전우가 함께 안장된 방안의 공기는 경건함으로 가득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든 혁명가의 무덤에 입을 맞추고, 기도를 올리고, 묵념을 한다. 기념관이 문을 연 이후 산타클라라는 체의 도시가 됐다. 체의 발자취를 따라 쿠바에 온 사람들, 쿠바에 있는 동안 노출된 체의 이미지에 호기심을 갖게 된 여행자들 모두가 산타클라라에 머문다.

체 게바라는 마치 불사조 같다. 컵으로, 티셔츠로, 자석으로 끊임없이 재생되고 각인돼 쿠바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소모되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쿠바 사람들의 진정한 사랑을 받고, 그들의 마음속에 늘 35살의 모습으로 살아있다.여행팁

한국에서 쿠바로 가는 직항은 없다. 멕시코 칸쿤이나 캐나다 토론토에서 아바나로 입국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쿠바의 공용어는 스페인어다. 화폐는 페소를 사용한다. 조각상이 그려진 CUC(외국인 전용 화폐, 세우세)와 인물이 그려진 MN(내국인 전용 화폐, 모네다 나시오날)이 있다. 1CUC=25MN으로 환율 차이가 높다. 원칙적으로는 관광객은 MN을 사용할 수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시내의 환전소(CADECA)에서 CUC를 MN으로 환전해주는 곳이 있다. 캐나다달러나 유로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아바나에서 산타클라라까지는 아바나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인 카피톨리오(옛 국회의사당, 현 국립과학원 건물) 근처의 잉글라테아호텔 인포메이션센터에서 표를 예매해 버스를 타거나 현지 여행사를 통해 비아술(쿠바의 장거리 버스)을 타는 방법이 있다.

산타클라라=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