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시인들…지금은 '文畵人'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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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대·박후기·권대웅 씨 등 페이스북에 올려 인기
이미지와 결합해 독자들과 소통…詩 대중화 기대도

최근 페이스북 활동을 바탕으로 그림 그리는 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21세기의 시서화 삼절’인 셈. 시가 텍스트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시인이 직접 그린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독자들의 호응까지 얻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김만중문학상과 신동엽창작상을 받은 박 시인도 짧은 시나 글, 그림을 결합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직접 찍은 사진에 글을 붙인 산문집 《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날》(문학세계사)을 출간한 그는 그림에 시를 담은 작품들을 단행본으로 곧 발표한다. 시집 《당나귀의 꿈》(민음사),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 때》(문학동네)를 내놓았던 권 시인 또한 최근 자신이 천착하고 있는 달에 관한 시에 그림을 붙이고 있다. 이 같은 ‘크로스오버’는 텍스트에 갇혀 지나치게 전문화되는 경향을 보였던 시를 독자들이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된다는 분석이다. 너무 난해한 탓에 독자들이 외면했던 시가 이미지와 결합해 구체성을 띠게 된다는 것.
박 시인은 “조선시대뿐 아니라 1980년대 황지우 시인 등 이미지와 시를 결합하려는 시도는 꾸준했지만 최근 지나치게 장르 간 구분이 심해졌다”며 “여러 장르의 결합을 통해 시가 외연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시인도 “시와 그림이 결합하면서 하나의 작품이 쪼개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효과가 나는 걸 분명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시가 이미지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문자만으로는 감동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호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시도를 통해 독자와 직접 만날 수 있게 하는 통로는 단연 페이스북이다. 최근 페이스북은 시인들이 독자와 소통하고 콘텐츠를 생산해 바로 올리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한 중견시인은 “현재 주류 시 담론이 탄생하는 통로인 문예지는 많이 찍어봐야 1000~2000부인 데다 생산자인 문인이 곧 소비자인 폐쇄적 구조”라며 “페이스북은 수천 명의 외부 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인 또한 “콘텐츠를 페이스북에 올리면 출판사가 뒤따라오는 역전된 현상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