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완전체' 이상화 뒤엔 캐나다 코치 '열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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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공신 크로켓 코치, 17개월 동안 자신감 심어줘2014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가 열린 1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사진)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자 케빈 크로켓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코치(40·캐나다)는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크로켓 코치는 감격에 겨워 울먹이는 이상화를 안아주며 기쁨을 함께했다.
경쟁자들 찬사 쏟아내 "빙판 위 우사인 볼트 같다"
빙속 여제의 올림픽 2연패 뒤에는 숨은 조력자 크로켓 코치가 있었다. 이상화는 이날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올림픽 신기록인 37초28을 작성하며 1·2차 합계 74초70의 또 다른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크로켓 코치 “상화는 정신력 최고”
크로켓 코치는 2012년 9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사상 첫 외국인 코치로 부임했다. 캐나다 국가대표였던 그는 1995년 12월 1000m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고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500m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름을 날린 선수다. 중국에서 6년간 코치로 활동하며 왕베이싱 등을 세계적인 선수로 길러냈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주춤했던 이상화는 크로켓 코치의 지도 아래 세계 기록을 네 차례나 경신했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이상화는 “(크로켓 코치가) 나에 대한 단점을 잘 알고 세심한 조언을 많이 해준다. 특히 항상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고 했다.
누구보다 이상화를 잘 아는 크로켓 코치는 이상화의 금메달 획득 비결로 ‘강인한 정신력’을 꼽았다. 경기를 마친 뒤 그는 “이상화는 정신력이 뛰어난 선수”라며 “엄청난 압박감에도 다시 한 번 1위를 차지한 이상화는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떤 선수는 압박감에 숨거나 흐트러지지만 어떤 이는 압박감을 통해 발전하기도 한다”며 “이상화는 압박감에 대응할 줄 안다”고 덧붙였다. 크로켓 코치는 4년 뒤 평창에서도 이상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지만 상화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2018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빙판 위 우사인 볼트”
함께 뛴 경쟁자들도 이상화의 레이스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이상화의 뒤를 이어 은메달을 딴 러시아의 올가 파트쿨리나(24)는 “이상화는 빙판 위 우사인 볼트 같았다”며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에 빗댔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이상화에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고 이번 대회에선 6위에 그친 독일의 예니 볼프(35)는 “이상화의 기술은 완벽했다”고 평가했다. 이상화의 올림픽 2연패는 다리 통증과 피로를 참아내며 얻어낸 값진 성과다. 다리를 굽혔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는 스피드스케이팅을 하다보니 왼쪽 무릎엔 물이 차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다. 폭발적인 스타트를 하기 위해 허벅지 근육량을 늘리면서 다리 혈관이 좁아져 오른쪽 다리의 하지정맥류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위해 고통을 참으며 훈련에 매진해왔다. 이상화는 금메달을 확정지은 직후 그동안 힘겨웠던 기간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