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이규혁…24년 Mr. 국가대표 "마지막 레이스 행복했다"

스피드스케이팅 1000m 21위로 마무리…모태범은 12위
이규혁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관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산 역사’인 이규혁(36·서울시청)이 마지막 올림픽을 마무리지었다. 1991년부터 24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올해로 여섯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선 그는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한국 빙상의 ‘스피드 코리아’ 시대를 연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국가대표를 지내면서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뽐냈다. 단거리 종목의 최강자를 가리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만 2007, 2008, 2010, 2011년 네 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2011년에는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500m 정상에 올랐다. 월드컵 대회에서 수확한 금메달만 통산 14개다. 1997년에는 1000m(1분10초42), 2001년에는 1500m(1분45초20)에서 세계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이상화 등 어린 선수들을 합숙시키고 훈련을 도와주는 등 후배들의 성장에도 역할을 했다. 올림픽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를 시작으로 19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에 이어 소치 대회가 무려 여섯 번째다.

이규혁은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1000m에서 첫 200m를 16초25에 끊었다. 이어 600m 지점까지도 41초76으로 그때까지 레이스에 나선 선수 중 1위를 달렸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는 게 내 스타일”이라던 말과 달리 체력의 한계는 어쩔 수 없었다. 조금씩 자세가 무너진 이규혁은 결국 1분10초049로 기록이 떨어진 채 결승선을 지났다. 최종 순위는 40명 가운데 21위.

그는 경기를 마치고 “오늘이 선수로서 마지막 레이스였다”며 “600m 정도를 뛰면서 전성기 시절이면 메달권이겠지만 ‘아, 이제 안 되는구나’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 메달이 없어서 여기까지 도전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며 “여섯 번의 올림픽 중 이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행복하다”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한편 500m 경기에서 4위로 밀려나 명예회복을 벼른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모태범(25·대한항공)은 주력 종목인 1000m에서도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빈손으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모태범은 1분09초37의 기록으로 12위에 그쳤다.

1000m 금메달은 네덜란드의 스테판 흐로타위스(1분08초39)가 가져갔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