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하 한샘 회장 "한샘만의 디자인으로…가구가 아닌 공간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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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한샘인터뷰 최양하 한샘 회장
"건설사 판매비중 줄여 부동산시장 침체에도 승승장구
'조립가구 전문' 이케아, '건자재 유통' 홈데포 결합한 글로벌 기업이 목표
원가 절감·무재고 시스템으로 이케아와 비슷한 가격대 형성"

▷매출 1조원 돌파를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다소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유통망을 확장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케아 진출에 대응하는 각종 전략을 짠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철저히 준비해온 만큼 큰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을 발판으로 더욱 열심히 달릴 것입니다.” ▷특판(건설사 대상 판매) 비중을 줄였지만 오히려 이 부문이 실적 개선에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해 특판 매출이 늘어난 게 사실입니다. 전년 대비 45% 증가한 1150억원에 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극심한 건설경기 침체가 이런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특판 부문에 주력하던 기업들이 수익 악화로 특판 비중을 크게 줄였습니다. 이 때문에 대규모 물량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한샘으로 주문이 몰렸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원칙을 갖고 있던 것도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최저입찰제를 고집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실을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앞으로도 최저입찰에 나설 생각은 없습니다. 또 특판 비중을 크게 늘리진 않을 것입니다.”
▷이케아와의 차별화 전략이 있나요. “한샘은 한국인의 정서와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을 제안할 것입니다. 이케아가 하지 않는 건자재 부문까지 진출해 소비자에게 다가설 것입니다. 이 부문에서도 직접 상담을 통해 설계하고 시공까지 할 것입니다.”
최 회장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샘만의 디자인을 개발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도록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선 외부에서 능력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해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스카우트하고 상품기획자(MD)도 100여명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더 젊고 색다른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에 각종 가격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작년에 가격을 많이 낮췄지만 여전히 이케아에 비해 평균 10~15%가량 비쌉니다. 비슷한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을 할 것입니다. 할인을 지나치게 자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구보다 인테리어 소품 중심으로 진행해 출혈 경쟁을 피하는 동시에 집객 효과는 더욱 높일 것입니다.”
▷신년사에서 ‘품질 개선’을 거듭해서 강조했는데요.
“품질과 서비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성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 부분을 우선 보완하고 불량률을 현재의 10분의 1로 줄일 것입니다. 지난해 주문이 대폭 늘어났는데 시공, AS인력 보강은 다소 지연됐습니다. 이 때문에 품질 서비스에 대한 문제가 다소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품질서비스 부서를 회장 직속으로 전환해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부엌, 인테리어 등 각 부문 회의를 매주 새벽마다 열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2~3개월 내에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서비스를 갖춘 회사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최근 도입한 무재고 시스템은 무엇입니까.
“한샘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샘이 직접 생산하는 부엌가구는 영업점에서 주문을 입력하면 공장으로 생산 지시가 바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주문 후 4일 만에 출고되고 시공이 진행됩니다. 협력업체를 통해 납품받는 품목은 사전에 협력업체와 수요 예측을 하고 최소한의 재고만 보유하도록 한 다음 주문이 들어오면 납품하게 합니다. 무재고 시스템으로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17년째 전문경영인으로 재직할 수 있는 비결이 있습니까.
“운 좋게도 입사 이후 많은 부서를 골고루 거쳤습니다. 이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생산, 영업, 관리 등 현장 중심의 업무를 익혔기 때문에 소비자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난해까진 성장을 위해 달려왔습니다. 이를 위해 유통망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올해엔 품질과 서비스 수준을 보다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국내시장에선 내실을 다지는 반면 해외시장 공세를 강화할 것입니다. 특히 미국,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입니다. 올해를 글로벌 가구회사로 성장하는 원년으로 삼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