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이 목성 보다 크게 보이는 건 뇌 시신경 교란 때문"

천체의 등급은 맨 눈으로 보았을 때 밝기 (magnitude)를 나타내는 값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더 밝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합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예컨대 여름직녀성은 1등급, 북극성은 2등급. 겨울철 시리우스는 -1등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태양은 -26등급, 보름달은 -13등급. 통상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천체는 6등급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고요.
/사진 출처=한국천문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목성은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8개로 구성한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으로 불립니다. 이는 태양계 8개 행성을 다 합친 질량의 3분의 2에 이른다 하고요. 지름은 14만3000km로, 지구의 1만2800km 보다 11배 가량 크다고 합니다.

지구와 목성간 거리는 최소 4.2AU (6억2830만km) ~ 최대 6.2AU (9억2750만km)로 추정합니다. 목성은 최대 -3등급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맨 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태양계의 두 번째 궤도를 도는 금성은 지름이 지구와 거의 비슷한 수준 (1만2000km) 입니다. 질량은 지구의 0.9배. 금성과 지구간의 거리는 4500만km로 추산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금성은 목성보다 훨씬 더 밝은 최대 -5등급으로 분류됩니다. 실제 밤하늘에서 육안으로 ‘금성이 목성보다 더 크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망원경으로 관측할 경우 “육안으로 보는 것과 반대로 금성이 작다”는 것은 500년 전에 밝혀진 정설의 과학입니다.

목성은 금성 보다 지구와 떨어진 거리가 훨씬 멀긴 하지만 워낙 커 태양계에서 지존과 같은 행성인 까닭입니다. 이는 16세기에 이미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갈릴레이는 이 같은 현상이 생기는 이유로 ‘금성이 목성 보다 밝아 안구에서 발생하는 착시현상으로 풀이’했으며 이는 거의 500년 동안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져 왔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흔히 “지평선이나 건물 등에 걸린 보름달이 더 크게 보인다”며 “이는 착시현상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하곤 합니다.]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같은 갈릴레이의 풀이에 대해 명확한 이유로 설명되기에는 2% 부족하다며 ‘수수께끼’라고 의문을 품어온 모양입니다.오늘 2014년 2월 13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지를 인용한 런던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뉴욕주립대 검안대학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이 뇌신경의 작용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내 미국 국립 과학원회보 PANS에 연구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런 현상이 금성이 목성보다 밝아서 안구에서 발생하는 착시현상이라는 갈릴레이의 설명과 달리, 어두운 배경의 밝은 피사체를 인식할 때 발생하는 뇌 시신경 교란에서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망막과 연결된 뇌신경은 배경과 밝기 차이가 큰 피사체일수록 크기를 과장해서 받아 들이게 돼 있어서 금성이 목성보다 크게 보이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뉴욕주립대 호세-마누엘 알론소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오늘 밤 고개를 들어 하늘에서 금성과 목성을 한번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