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칼럼] 다리 통증 계속 된다면 말초동맥질환 의심해야

이승환 <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
혈관질환이라고 하면 흔히 생명과 직결되는 협심증·심근경색증과 같은 심장혈관질환이나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질환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팔·다리·목의 혈관이 막히는 말초동맥질환인 경우가 적지 않다. 꽉 막힌 혈관으로 인해 혈액순환이 되지 않고 말초 부위에 괴사를 일으키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억명 이상이 말초동맥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25%인 4500만명은 결국 심장이나 뇌혈관질환으로 이어져 10년 내 사망할 것으로 예측됐다.

문제는 말초동맥질환자의 절반인 무려 1억명의 사람들이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단 말초동맥질환이 발견되면 증상 여부에 상관없이 10년 생존율이 50% 아래로 급감하게 된다.

말초동맥질환은 비만·고혈압·당뇨·흡연·고지혈증 등이 주요한 위험인자다. 특히 50세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 등을 동반하고 있고, 걷거나 쉴 때 다리 통증을 자주 호소한다면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병원에서는 간단한 혈압검사로도 말초동맥질환 진단이 가능하다. 환자가 누운 상태에서 약 5분간 안정을 취한 다음 다리·팔 혈압을 측정하고 두 혈압의 차이를 비교하면 된다. 이를 상하지 혈압측정법이라고 한다.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이용해 정확한 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치료는 조직 괴사나 안정 시에도 통증이 있는 경우 반드시 시술이나 수술을 통해 혈류를 개선해줘야 한다. 다만 운동을 하거나 야외활동을 할 때 하지 통증을 느끼게 되면 금연, 혈압·혈당 조절, 고지혈증 조절 등의 위험인자 교정을 비롯한 각종 약물 치료가 우선적으로 진행된다. 가장 중요한 치료법 중의 하나는 운동요법이다. 환자에게 다리 통증을 느낄 만큼의 속도와 거리를 1주일에 적어도 3회 이상, 30~45분 이상 지속하도록 하는 것이다. 증상의 완화뿐 아니라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악화된다면 결국 건강한 혈관으로 우회로를 만들어주는 수술을 하거나 경피적 동맥성형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승환 <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