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내국인 출입하는 '오픈 카지노' 허용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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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외국인 사업자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단지에 투자할 수 있도록 신용등급 등 투자 요건을 완화해주면서 카지노 관련 논의가 봇물 터지듯 이뤄지고 있다. 외국인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투자가 사실상 허용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오픈카지노에 대한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설립은 현행법상 2025년까지 허가가 제한된다. 또 국내 유일한 오픈카지노인 강원랜드의 내국인 독점 영업권이 훼손되면 정부와 여당은 이후에 있을 모든 선거에서 강원 지역과 관련해 막대한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어 법개정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오픈카지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가까운 일본과 대만에 카지노 시설이 들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카지노 도입을 서두르자는 입장의 전문가들은 비행기로 두세 시간만 가면 언제든지 카지노를 즐길 수 있는 상황에서 오픈카지노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무의미하며 오히려 막대한 국부 유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오픈카지노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현재도 강원랜드로 인해 도박중독자가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국인 카지노가 더 생긴다면 그야말로 도박공화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어쩔 수 없이 오픈카지노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규제가 이뤄져야 하며 도박중독 예방을 위해 전자카드제 같은 안전장치를 철저히 갖춘 후 시행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맞짱토론에서는 오픈카지노 도입과 관련해 서원석 경희대 관광대학 교수와 김규호 중독예방시민연대 상임대표가 각각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펼친 주장과 논리를 소개한다.
찬성 해외 카지노서 쓰는 돈 흡수…일자리 창출 등 경제효과 커
정부가 지난 3일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 조성 기반을 마련해 한국의 전략 관광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들이 이미 복합리조트라는 관광 인프라로 글로벌 관광산업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을 느낀다.
싱가포르는 약 14조원을 들여 2010년 두 개의 복합리조트를 개장한 이래 마이스산업에서 세계 경쟁력 1위를 확고히 했다. 6만명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국내총생산(GDP) 1.5~2% 증가, 연간 1조원 이상의 재정 수입원 확보라는 경제적 효과를 보고 있다.
복합리조트는 현재 급증 추세인 중국의 해외관광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최적의 인프라다. 2년 전 관광전문가들은 2020년께 중국인 해외관광 수요가 1억명을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으나 올해 안에 그 전망을 뛰어넘을 것 같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 중 중국 관광객이 392만명으로 전년 대비 43.5% 급증했다. 머지 않은 시기에 중국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있다. 그러나 중국 관광객의 재방문율은 29.7%에 불과한 현실을 보면 고부가가치 관광 인프라를 제대로 갖춰 놓지 않을 경우 국내 관광산업은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
일·대만 등 복합리조트 추진…‘한류’ 담는 한국형리조트 절실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한류, 엔터테인먼트와 같이 한국이 강점을 가진 콘텐츠를 담아낼 한국형 복합리조트를 만든다면 지정학적 이점을 이용해 단기간 내에 동북아시아 관광산업의 허브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싱가포르 마카오에 이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각국이 복합리조트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시점에 한국은 여전히 복합리조트 카지노 시설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머물러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복합리조트 카지노 시설 문제는 ‘사회적 정서’도 고려하면서 실사구시(實事求是) 측면에서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일본은 의원 170명이 참여하는 초당파 의원연맹이 나서 지난해 12월 복합리조트 추진 법안을 발의했다. 금년 상반기 중 법안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으며 2020년 도쿄올림픽에 앞서 복합리조트를 개장한다는 방침이다. 대만도 올해 안에 카지노 관리법을 통과시켜 2019년 이전에 복합리조트를 개장한다고 한다.
현재도 내국인이 해외 카지노에서 소비하는 돈이 2조3000억원이 넘는다. 해외여행 자유화로 인해 아무 제한 없이 해외 카지노 시설 출입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불법 카지노 규모도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자국민의 카지노 출입을 금지하는 나라는 네팔 북한 터키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불법 및 해외 카지노 소비 수요를 흡수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
복합리조트는 인프라 시설이며 다양한 서비스산업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건설경기 부양, 관광산업 증가, 서비스직종 일자리 창출, 세수 증대, 중소 자영업자 성장 등 국부 창출 효과가 크다. 금융산업이 아닌 관광서비스산업이기 때문에 제대로 만들어진 복합리조트라면 ‘먹튀’가 불가능하다. 투자 이익의 과실 송금 문제는 특별세 부과와 같이 제도적 보완으로 풀어야 할 문제지 ‘국부 유출’이라는 굴레를 씌워 적대시할 일은 아니다.
복합리조트 카지노 시설로 인한 도박중독 우려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방식을 참고하되 보다 강화된 한국형 내국인 출입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싱가포르 사례를 보면 복합리조트에 각각 6조~8조원의 자본이 투입됐으며 카지노 시설을 허용하되 리조트 전체 면적의 5% 이하로 제한한다. 카지노가 눈에 잘 띄지 않도록 하면서 내국인 입장객에게는 고액의 입장료를 부과하고 신용불량자, 생계곤란자, 가족이나 제3자 요청에 의한 출입 금지 등 블랙리스트 제도를 적용하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도입했다. 리스크가 큰 대규모 자본 투자를 유도해 다양한 관광인프라를 갖추게 하면서도 사회적 우려를 고려한 실용적 접근 방식이다. 해외서 카지노 맘대로 출입…2조원 넘는 국부유출 막아야
한국은 이에 더해 레저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이용을 제어할 수 있도록 출입 전자카드 발급제, 입장일수 제한 강화, 이용 정보 기록 관리 제도 및 사전 교육제 도입을 추가해 보다 강화된 내국인 출입 통제 제도를 만들면 된다.
동북아 관광산업의 허브로서 한국의 시장 잠재력을 감안할 때 4~5개의 복합리조트 건립이 가능하며 이를 위해서는 수십조원의 천문학적인 자본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글로벌 레저기업들이 동북아 시장에 주목하면서 한국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지금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시설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복합리조트 운영 노하우와 글로벌 마케팅 능력, 그리고 정부의 정비된 감독 시스템이 맞물려야 한다.
10년 전 카지노를 금기시하던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는 “흐름을 인식하고 변신할 필요성을 감지했으며, 복합리조트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다른 국가에 뒤떨어질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한국은 지금 “흐름을 인식하고 변신할 필요성을 감지했는가” 자문해 본다.
반대 도박중독자 양산 '재앙' 불러…'먹튀' 투기자본 유입 막아야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의 ‘2012년 사행산업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행산업(경마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카지노 복권 소싸움) 전체 매출 규모는 19조5443억원에 이른다. 이 중 카지노 매출은 2조4602억원으로 사행산업 총매출의 12.6%를 차지한다.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1조2092억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1조2510억원이다.
사행산업별로 부과되는 공적기금과 소비세를 제외한 순매출 비중으로만 따진다면 카지노는 전체 사행산업의 3분의 1에 육박(29.9%)하는 거대 산업이다.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 1곳의 매출이 전국 주요 도시에 산재한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과 같은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과 내국인이 모두 출입할 수 있는 오픈카지노가 신설된다면 오픈카지노 1곳을 열 때마다 강원랜드가 1곳씩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강원랜드의 경우 강원 정선군 폐광지역에 위치해 이용객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해마다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만일 영종도 등 대도시에서 가까운 곳에 오픈카지노가 신설되면 쉽게 도박장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수많은 국민이 도박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한국 도박중독 유병률 7.2%…250만명 중독…선진국의 3배
사감위의 ‘2012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도박중독 유병률(병자 수와 해당 지역 인구 수에 대한 비율)은 7.2%로 선진국의 3배 규모이며 약 250만명의 국민이 도박에 빠져 있다. 사행산업 이용객의 경우 도박중독 유병률이 무려 41%로 사행산업 이용자의 절반이 도박중독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행산업 예찬론자들은 세수확대, 국부유출 방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단기적 이익만을 강조한다. 무분별한 사행산업의 확장은 도박중독자를 양산해 가정과 직장과 사회를 파괴하고 건전한 근로의식을 상실하게 한다. 국가 전체에 미치는 폐해가 매우 크다. 실제 한국은 현재의 사행산업만으로도 연간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78조원 규모(2011년 사감위 통계)로 사행산업 총매출의 4배에 이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지난 10년 동안 도박중독 예방 관련 시민단체들의 줄기찬 노력으로 2007년 사감위가 출범했으나 7년이 다 돼감에도 불구하고 도박중독 예방의 가장 중요한 장치인 사행산업 매출 총량제와 출입 횟수를 제한하기 위한 전자카드제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무분별한 사행산업의 확대를 막기 위해 실시되는 총량제는 사감위가 매년 카지노 매출 증가 폭을 설정해 그 상한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나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라는 법적 미비점을 이용해 매년 그 상한선을 초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출입 횟수, 베팅 금액 등을 기록해 과도한 출입과 베팅으로 도박중독 위험이 큰 이용객에 대한 이용한도 축소, 출입정지 기능을 가진 전자카드제의 경우 사행업체들의 강력한 반대로 도입이 늦어져 이제 겨우 시범 실시되는 상황이다. 안전장치가 전무한 상태에서 오픈카지노의 등장은 곧 국민을 또다시 도박의 광풍으로 몰아갈 것이다. 도박중독예방 안전장치 없어…자살·빈곤·가정파괴 내몰아
따라서 도박중독 예방의 국가적 기틀이 충분히 마련되고 최소한 선진국 수준인 1~2%대로 도박중독유병률이 낮아지기 전까지는 내국인이 출입하는 사행산업의 증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를 미끼로 내국인 출입허용을 따낸 뒤 허가권을 되팔고 사라지는 먹튀 투기자금의 유입은 더더욱 안 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영종도 복합리조트 건설 계획에 있어서 외국계 투자금 규모는 7000억여원에 불과해 마카오나 싱가포르의 6조원가량 투자에 비해 매우 작은 규모다. 이로 인해 복합리조트가 아닌 카지노와 호텔만 건립하는 최소 투자금액만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려는 편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도박 투기자금에 휘둘려 손쉽게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세수 증대와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검은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정책상 부득이하게 도박장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를 이용하는 국민이 혹여 도박중독에 빠지지 않을까 염려해 전자카드제 등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춰 놓는 것이 기본적인 책무다. 전자카드제 시행을 거부하며 사감위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행산업체는 국민의 이름으로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혹여나 발생할 도박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치유 및 자활 프로그램 관련 예산도 시늉이 아닌 철저하고 완벽한 수준으로 갖춰야 한다. 인터넷 도박과 같은 불법도박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인허가권 없이 권고 기능만 있는 감독기구인 사감위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카지노 등 사행산업체를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파견 직원들이 사감위 직원의 90%에 달하는 것도 문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잘못된 구조다.신속하게 개선해야 한다.
도박중독 예방을 위한 안전장치가 전무한 현재 상황에서 오픈카지노 같은 신규 사행산업의 허용은 제2, 제3의 강원랜드를 만들어 결국 수많은 국민을 자살과 빈곤, 가정 파괴로 내모는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다.
■ 읽을 만한 자료△류광훈(2012), 한국형 복합리조트 제도화 방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강승구 외(2012), 융복합 관광산품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환대상품론, 백산출판사
△홍익희(2012), 카지노 산업, 유페이퍼
△고택운 외(2013), 카지노 경제학, 백산출판사
△이충기 외(2009), 카지노산업의 이해, 대왕사
△박성수(2013), 복합리조트 시대 카지노 미학, 한국학술정보
△‘2012년 사행산업 통계자료’ 사감위, 2013. 6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설립은 현행법상 2025년까지 허가가 제한된다. 또 국내 유일한 오픈카지노인 강원랜드의 내국인 독점 영업권이 훼손되면 정부와 여당은 이후에 있을 모든 선거에서 강원 지역과 관련해 막대한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어 법개정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오픈카지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가까운 일본과 대만에 카지노 시설이 들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카지노 도입을 서두르자는 입장의 전문가들은 비행기로 두세 시간만 가면 언제든지 카지노를 즐길 수 있는 상황에서 오픈카지노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무의미하며 오히려 막대한 국부 유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오픈카지노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현재도 강원랜드로 인해 도박중독자가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국인 카지노가 더 생긴다면 그야말로 도박공화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어쩔 수 없이 오픈카지노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규제가 이뤄져야 하며 도박중독 예방을 위해 전자카드제 같은 안전장치를 철저히 갖춘 후 시행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맞짱토론에서는 오픈카지노 도입과 관련해 서원석 경희대 관광대학 교수와 김규호 중독예방시민연대 상임대표가 각각 찬성과 반대 입장에서 펼친 주장과 논리를 소개한다.
찬성 해외 카지노서 쓰는 돈 흡수…일자리 창출 등 경제효과 커
정부가 지난 3일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복합리조트(IR·integrated resort) 조성 기반을 마련해 한국의 전략 관광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들이 이미 복합리조트라는 관광 인프라로 글로벌 관광산업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을 느낀다.
싱가포르는 약 14조원을 들여 2010년 두 개의 복합리조트를 개장한 이래 마이스산업에서 세계 경쟁력 1위를 확고히 했다. 6만명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국내총생산(GDP) 1.5~2% 증가, 연간 1조원 이상의 재정 수입원 확보라는 경제적 효과를 보고 있다.
복합리조트는 현재 급증 추세인 중국의 해외관광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최적의 인프라다. 2년 전 관광전문가들은 2020년께 중국인 해외관광 수요가 1억명을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으나 올해 안에 그 전망을 뛰어넘을 것 같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 중 중국 관광객이 392만명으로 전년 대비 43.5% 급증했다. 머지 않은 시기에 중국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있다. 그러나 중국 관광객의 재방문율은 29.7%에 불과한 현실을 보면 고부가가치 관광 인프라를 제대로 갖춰 놓지 않을 경우 국내 관광산업은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
일·대만 등 복합리조트 추진…‘한류’ 담는 한국형리조트 절실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한류, 엔터테인먼트와 같이 한국이 강점을 가진 콘텐츠를 담아낼 한국형 복합리조트를 만든다면 지정학적 이점을 이용해 단기간 내에 동북아시아 관광산업의 허브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싱가포르 마카오에 이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각국이 복합리조트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시점에 한국은 여전히 복합리조트 카지노 시설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머물러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복합리조트 카지노 시설 문제는 ‘사회적 정서’도 고려하면서 실사구시(實事求是) 측면에서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일본은 의원 170명이 참여하는 초당파 의원연맹이 나서 지난해 12월 복합리조트 추진 법안을 발의했다. 금년 상반기 중 법안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으며 2020년 도쿄올림픽에 앞서 복합리조트를 개장한다는 방침이다. 대만도 올해 안에 카지노 관리법을 통과시켜 2019년 이전에 복합리조트를 개장한다고 한다.
현재도 내국인이 해외 카지노에서 소비하는 돈이 2조3000억원이 넘는다. 해외여행 자유화로 인해 아무 제한 없이 해외 카지노 시설 출입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불법 카지노 규모도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자국민의 카지노 출입을 금지하는 나라는 네팔 북한 터키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불법 및 해외 카지노 소비 수요를 흡수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
복합리조트는 인프라 시설이며 다양한 서비스산업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건설경기 부양, 관광산업 증가, 서비스직종 일자리 창출, 세수 증대, 중소 자영업자 성장 등 국부 창출 효과가 크다. 금융산업이 아닌 관광서비스산업이기 때문에 제대로 만들어진 복합리조트라면 ‘먹튀’가 불가능하다. 투자 이익의 과실 송금 문제는 특별세 부과와 같이 제도적 보완으로 풀어야 할 문제지 ‘국부 유출’이라는 굴레를 씌워 적대시할 일은 아니다.
복합리조트 카지노 시설로 인한 도박중독 우려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방식을 참고하되 보다 강화된 한국형 내국인 출입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싱가포르 사례를 보면 복합리조트에 각각 6조~8조원의 자본이 투입됐으며 카지노 시설을 허용하되 리조트 전체 면적의 5% 이하로 제한한다. 카지노가 눈에 잘 띄지 않도록 하면서 내국인 입장객에게는 고액의 입장료를 부과하고 신용불량자, 생계곤란자, 가족이나 제3자 요청에 의한 출입 금지 등 블랙리스트 제도를 적용하는 ‘사회적 안전장치’를 도입했다. 리스크가 큰 대규모 자본 투자를 유도해 다양한 관광인프라를 갖추게 하면서도 사회적 우려를 고려한 실용적 접근 방식이다. 해외서 카지노 맘대로 출입…2조원 넘는 국부유출 막아야
한국은 이에 더해 레저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이용을 제어할 수 있도록 출입 전자카드 발급제, 입장일수 제한 강화, 이용 정보 기록 관리 제도 및 사전 교육제 도입을 추가해 보다 강화된 내국인 출입 통제 제도를 만들면 된다.
동북아 관광산업의 허브로서 한국의 시장 잠재력을 감안할 때 4~5개의 복합리조트 건립이 가능하며 이를 위해서는 수십조원의 천문학적인 자본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글로벌 레저기업들이 동북아 시장에 주목하면서 한국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지금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복합리조트는 카지노시설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복합리조트 운영 노하우와 글로벌 마케팅 능력, 그리고 정부의 정비된 감독 시스템이 맞물려야 한다.
10년 전 카지노를 금기시하던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는 “흐름을 인식하고 변신할 필요성을 감지했으며, 복합리조트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다른 국가에 뒤떨어질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한국은 지금 “흐름을 인식하고 변신할 필요성을 감지했는가” 자문해 본다.
반대 도박중독자 양산 '재앙' 불러…'먹튀' 투기자본 유입 막아야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의 ‘2012년 사행산업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행산업(경마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카지노 복권 소싸움) 전체 매출 규모는 19조5443억원에 이른다. 이 중 카지노 매출은 2조4602억원으로 사행산업 총매출의 12.6%를 차지한다.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1조2092억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1조2510억원이다.
사행산업별로 부과되는 공적기금과 소비세를 제외한 순매출 비중으로만 따진다면 카지노는 전체 사행산업의 3분의 1에 육박(29.9%)하는 거대 산업이다.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 1곳의 매출이 전국 주요 도시에 산재한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과 같은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과 내국인이 모두 출입할 수 있는 오픈카지노가 신설된다면 오픈카지노 1곳을 열 때마다 강원랜드가 1곳씩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강원랜드의 경우 강원 정선군 폐광지역에 위치해 이용객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해마다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만일 영종도 등 대도시에서 가까운 곳에 오픈카지노가 신설되면 쉽게 도박장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수많은 국민이 도박중독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한국 도박중독 유병률 7.2%…250만명 중독…선진국의 3배
사감위의 ‘2012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도박중독 유병률(병자 수와 해당 지역 인구 수에 대한 비율)은 7.2%로 선진국의 3배 규모이며 약 250만명의 국민이 도박에 빠져 있다. 사행산업 이용객의 경우 도박중독 유병률이 무려 41%로 사행산업 이용자의 절반이 도박중독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행산업 예찬론자들은 세수확대, 국부유출 방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단기적 이익만을 강조한다. 무분별한 사행산업의 확장은 도박중독자를 양산해 가정과 직장과 사회를 파괴하고 건전한 근로의식을 상실하게 한다. 국가 전체에 미치는 폐해가 매우 크다. 실제 한국은 현재의 사행산업만으로도 연간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78조원 규모(2011년 사감위 통계)로 사행산업 총매출의 4배에 이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
지난 10년 동안 도박중독 예방 관련 시민단체들의 줄기찬 노력으로 2007년 사감위가 출범했으나 7년이 다 돼감에도 불구하고 도박중독 예방의 가장 중요한 장치인 사행산업 매출 총량제와 출입 횟수를 제한하기 위한 전자카드제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무분별한 사행산업의 확대를 막기 위해 실시되는 총량제는 사감위가 매년 카지노 매출 증가 폭을 설정해 그 상한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나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라는 법적 미비점을 이용해 매년 그 상한선을 초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출입 횟수, 베팅 금액 등을 기록해 과도한 출입과 베팅으로 도박중독 위험이 큰 이용객에 대한 이용한도 축소, 출입정지 기능을 가진 전자카드제의 경우 사행업체들의 강력한 반대로 도입이 늦어져 이제 겨우 시범 실시되는 상황이다. 안전장치가 전무한 상태에서 오픈카지노의 등장은 곧 국민을 또다시 도박의 광풍으로 몰아갈 것이다. 도박중독예방 안전장치 없어…자살·빈곤·가정파괴 내몰아
따라서 도박중독 예방의 국가적 기틀이 충분히 마련되고 최소한 선진국 수준인 1~2%대로 도박중독유병률이 낮아지기 전까지는 내국인이 출입하는 사행산업의 증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를 미끼로 내국인 출입허용을 따낸 뒤 허가권을 되팔고 사라지는 먹튀 투기자금의 유입은 더더욱 안 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영종도 복합리조트 건설 계획에 있어서 외국계 투자금 규모는 7000억여원에 불과해 마카오나 싱가포르의 6조원가량 투자에 비해 매우 작은 규모다. 이로 인해 복합리조트가 아닌 카지노와 호텔만 건립하는 최소 투자금액만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려는 편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도박 투기자금에 휘둘려 손쉽게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세수 증대와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검은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정책상 부득이하게 도박장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를 이용하는 국민이 혹여 도박중독에 빠지지 않을까 염려해 전자카드제 등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춰 놓는 것이 기본적인 책무다. 전자카드제 시행을 거부하며 사감위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행산업체는 국민의 이름으로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혹여나 발생할 도박중독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치유 및 자활 프로그램 관련 예산도 시늉이 아닌 철저하고 완벽한 수준으로 갖춰야 한다. 인터넷 도박과 같은 불법도박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인허가권 없이 권고 기능만 있는 감독기구인 사감위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카지노 등 사행산업체를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파견 직원들이 사감위 직원의 90%에 달하는 것도 문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잘못된 구조다.신속하게 개선해야 한다.
도박중독 예방을 위한 안전장치가 전무한 현재 상황에서 오픈카지노 같은 신규 사행산업의 허용은 제2, 제3의 강원랜드를 만들어 결국 수많은 국민을 자살과 빈곤, 가정 파괴로 내모는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다.
■ 읽을 만한 자료△류광훈(2012), 한국형 복합리조트 제도화 방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강승구 외(2012), 융복합 관광산품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환대상품론, 백산출판사
△홍익희(2012), 카지노 산업, 유페이퍼
△고택운 외(2013), 카지노 경제학, 백산출판사
△이충기 외(2009), 카지노산업의 이해, 대왕사
△박성수(2013), 복합리조트 시대 카지노 미학, 한국학술정보
△‘2012년 사행산업 통계자료’ 사감위, 2013. 6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