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자체 파산제, 한국 오면 탱자 될라

안전행정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올해 업무추진계획에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도가 포함돼 주목을 끌고 있다. 앞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신년기자회견에서 이 제도에 대한 도입 의지를 밝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부실한 지방재정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경고를 정부·여당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지자체 47조7395억원, 지방공기업 52조4345억원으로 지방부채는 이미 100조원(2012년 통합회계기준)을 넘어섰다. 인천 태백 등 일부는 사실상 파산 상태에 접근해 있는 게 현실이다.

지자체 파산제는 이미 도입했어야 마땅하지만 부작용도 많다. 방만한 지자체 경영 상황을 보면 브레이크를 거는 게 맞다. 문제는 정치의 폭발이다. 중앙정부와의 복지비용 갈등, 전임자 혹은 정당 간의 책임전가 등을 감안하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신중론이 나오는 이유다. 안행부가 행정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파산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안행부는 파산 기준, 정상화 방안 등을 강구해 연내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법제화를 적극 지지하지만 그에 앞서 투명성의 보장이나 책임 기준의 정립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반 기업들도 CEO가 바뀔 때마다 전임자를 격하시키는 소위 빅 배스(big bath) 효과가 나타난다. 시장 교체 직후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한바탕 난리를 빚은 것이 최근의 일이다. 좋은 제도가 악마를 불러들이는 것도 허다하다. 한국 정치에서는 그런 일이 특히 많다. 파산제는 부실 지자체의 조기정상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자칫 정치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지방사업에 대한 투명한 평가 등 절차를 합리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