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계절을 담다…공간, 한국을 담다…그릇, 예술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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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 Taste - 한식 레스토랑 '비채나'
전통의 맛에 젊은감각 가미…3개월마다 메뉴 변경
중절모 본뜬 의자·한지로 만든 燈·병풍식 미닫이문
청와대 국빈 접대용 식기 '광주요 모던라인'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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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 평범하게 지나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실내장식의 콘셉트부터 남달랐다. ‘한국의 의식주’를 표현했다고 한다. 그것도 유명 디자이너들이 분야별로 맡아서 작업한 공동 작품이다.
벽면의 한지 장식은 한복 브랜드 ‘차이킴’으로 유명한 김영진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원목 느낌이 나는 식탁과 중절모 의자는 하지훈 디자이너가 만들었다. 마영범 디자이너는 전체 인테리어 배치를, 서영희 스타일리스트는 직원들의 유니폼을 디자인했다. 움직이기 편하면서도 전통적인 멋을 살린 복장이다. 사용하는 식기도 실내 분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청와대 국빈 접대용 식기로도 사용되는 ‘광주요 모던라인’과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뜻의 ‘천원지방’을 모티브로 만든 식기는 비채나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었다.
김병진 총괄셰프가 준비해둔 몇 가지 음식을 내놨다. ‘전통의 맛이 살아있는 젊은 감각의 요리.’ 한 숟가락 입에 떠넣고 든 느낌이다. 퓨전 한식이라고 하기엔 한국 고유의 맛이 살아있고, 정통 한식이라고 하기엔 요리의 구성이 특이했다.
‘전통 한식의 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이 비채나의 기본 방침이라고 했다. 요리에 쓰이는 재료는 된장 청국장 명란젓 곤드레나물 양지머리 닭고기 보리죽 매생이 등 기존 한식 한상차림에 어울리는 재료들이다. 하지만 이 재료로 만든 메뉴는 색달랐다. 겨울 무를 새우젓에 절인 후 양지머리와 함께 속을 채운 ‘무 만두’, 남해에서 잡은 아귀를 구워내고 보리죽과 매생이를 곁들여 내놓는 ‘매생이 아귀구이’, 흑돼지 목살을 된장과 함께 청국장으로 양념해 4시간 동안 찐 ‘겨울 무 된장찜’, 김포의 쌀과 정선의 곤드레나물, 저염 명란젓을 함께 넣어 지은 ‘솥밥’ 등은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는 독창적인 메뉴였다. 이와 같은 단품 2~3가지와 솥밥을 시키면 2인 기준 15만~20만원 선에 메뉴를 즐길 수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