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옹정제와 컴플라이언스

기본 못지켜 일어난 안타까운 금융사고
디테일 강했던 옹정제 리더십 필요한때

박종수 < 금융투자협회장 parkjs0908@kofia.or.kr >
중국 역사의 전성기를 말할 때 청나라 강희·옹정·건륭 세 명의 황제 134년간의 시기를 뺄 수 없다. 이 시기를 흔히 강건성세(康乾盛世)라고 부른다. 오늘날 중국의 큰 영토도 이때 정해졌고, 인구도 6000만명에서 2억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옹정제는 비록 13년의 짧은 재위 기간이었지만 강희제와 건륭제의 가교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근면성과 꼼꼼한 일처리로 유명하다. 조정에서 처리되는 업무 서류는 물론이고 하급 지방관의 상소도 직접 본 후에 결재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을 정무에 몰두했으며 밥먹을 때도 결재 서류를 옆에 두고 밥을 먹을 정도였다. 그의 사인이 과로라 전해질 정도니, 중국 역사상 가장 근면한 황제로 평가되는 것도 당연하다. 임금이 죽은 뒤에 갖게 되는 호칭인 그의 묘호(廟號)가 세종(世宗)으로, 우리의 조선 4대 임금과 같다는 점이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올 들어 고객 정보 유출 문제가 사회적인 파장과 더불어 우리 금융계에도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본적인 ‘컴플라이언스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크다.

이런 유형의 금융사고는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고가 발생한 금융사의 금전적·비금전적 비용도 크지만 더욱 치명적인 것은 고객과 금융시장에 끼친 사회적 비용이다. 특히 금융권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 금융의 장기 성장을 저해한다. 논어에서 정치란, ‘백성이 먹을 양식을 마련하고, 국방력을 갖추며, 백성의 신뢰를 쌓는 것이라(足食 足兵 民信之矣)’ 하고, 이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겨야 하는 것은 백성의 신뢰라고 했다. 정치에서도 금융에서도 신뢰는 첫 번째 덕목이다.

금융사고를 막으려면 내부를 통제하는 운용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 둘 다 중요하다. 고객의 재산을 다룬다는 점에서, 금융에서 직업윤리는 그 어느 업종보다도 강조된다. 금융 종사자들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 재정비와 확고한 컴플라이언스 실행이 필요하다. 실무자부터 최고경영자(CEO)는 물론이고 감독자까지 전문성을 갖추고 치밀해야 할 것이다. 항상 사고는 사소한 곳에서 시작된다. 디테일에 강했던 옹정제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기다.

박종수 < 금융투자협회장 parkjs0908@kofi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