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증가 너무 빠르다…5대은행서만 작년 3조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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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 급증…서민가계 압박전세물량 부족 등으로 전세가격이 치솟으면서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경기 악화로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못할 경우 가계 부실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들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조9000억원으로 1년 새 3조2000억원 늘었다. 이 같은 전세대출 급증 현상은 전세란이 일기 시작한 2010년께부터 확연히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2010년 말 1조7000억원 △2011년 말 5조2000억원 △2012년 말 7조7000억원 △2013년 말 10조9000억원으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주택 구매 대기자들이 그대로 전세에 눌러앉는 경우가 많아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전세자금 대출 급증이 서민 가계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의 전세대출 연체율은 2011년 3월 말 0.26%에서 지난해 9월 0.74%까지 올라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세입자들의 소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전셋값이 자꾸 오르다 보니 연체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전세대출의 보증을 선 주택금융공사와 서울보증보험의 건전성도 점검 대상이다. 은행들이 해 준 전세대출 잔액의 80~90%에 대해 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전세자금 대출의 부실률이 올라가면 두 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야 할 금액도 늘어난다”며 “결과적으로 신규 전세대출에 대한 보증 범위기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