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썽사나운 獨 히든챔피언 모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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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카페경제단체들이 다음달 경쟁적으로 독일에서 포럼이나 콘퍼런스 등의 행사를 기획하면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사전 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각자 행사를 준비하면서 상대를 잡기 위한 기묘한 구애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현지행사 출연 요청 겹쳐
일부는 취소·축소 해프닝
중소기업중앙회는 다음달 하순 독일에서 ‘한국·독일 히든챔피언 콘퍼런스’를 열기로 하고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중기중앙회는 이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주한 독일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독일중소기업협회(BVMW)를 독일 측 파트너로 정했다. BVMW는 독일 중견·중소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적 민간 경제단체다. 중기중앙회는 국내 기업은 100개, 독일 쪽에서는 BVMW를 통해 히든챔피언 기업 50개 정도를 불러 모은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중견기업연합회도 오래전부터 BVMW와 공동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중견련은 다음달 이 단체와 사업제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포럼 등을 열 계획이다. 중견련도 포럼에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을 초대할 예정이다.
BVMW는 중기중앙회와 중견련에서 똑같은 요청을 해 오자 사업 주체를 하나로 정리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중앙회가 중견련의 ‘양보’를 받아내 콘퍼런스 주최자가 됐다. 그러나 중견련은 BVMW와의 MOU 체결은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BVMW 입장에선 MOU는 중견련과 맺고, 행사는 중기중앙회와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독일 배우기 바람이 불면서 경제단체들이 비슷한 행사를 중복해 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사전 조율 등을 통해 실속을 차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