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별 볼일 많았던 선조들의 별 기록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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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7
우리 혜성 이야기‘혜성아 혜성아/너는 어찌해 순임금 시절에 나타나지 않고 성명하신 우리 주상의 시대에 나타났느냐?/주상께서 등극하신 지 일고여덟 해/순임금의 마음을 지니셨으되/다만 정사가 시행되지 못함이 근심이로다.’
안상현 지음 / 사이언스북스 / 320쪽 / 1만8000원
조선 후기 실학자 서계 박세당(1629~1703)이 1682년 나타난 혜성을 보고 지은 한시 ‘혜성행’의 첫머리다. 당시 재난과 천변의 징조로 인식했던 혜성의 출현에 나라와 임금을 걱정하는 충정이 담겨 있다. 영국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1656~1742)는 같은 혜성을 관찰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해 이 혜성이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알아냈다. 이 혜성은 역사상 최초로 알려진 주기 혜성으로 발견자의 이름을 따 ‘핼리 혜성’이라고 불린다. 우리 선조들도 이 혜성을 문학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과학적으로 연구한 기록이 있을까.
이 책은 혜성과 관련된 한반도의 천문학 역사뿐 아니라 동시대 서양 천문학의 성과, 혜성에 관한 기본적 지식까지 망라했다. 천문학자나 아마추어 천문인뿐 아니라 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혜성의 역사와 역사 속의 혜성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길잡이가 될 만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