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작곡가가 이끄는 기획사 전성시대

SM, YG, JYP 등 이른바 ‘빅3’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뒤를 작곡가 중심의 기획사가 바짝 추격하며 엔터테인먼트 지형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 젤리피쉬, WA엔터테인먼트(이하 WA) 등의 기획사들이 10년이 채 안 되는 사이에 급성장했다. 이들은 한성호 황세준(오른쪽) 김도훈(왼쪽) 등 내로라하는 작곡가들이 주축이 된 기획사로, 차별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전략1=일관된 음악 색채를 보여라 작곡가가 이끄는 기획사의 장점은 대표를 중심으로 음악을 직접 생산해 음악적 색채의 일관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작곡가 한성호 씨가 2006년 설립한 FNC에는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와 FT아일랜드, 솔로가수 주니엘, 걸그룹 AOA가 속해 있다.

젤리피쉬의 음악에는 발라드 히트곡을 다수 작곡한 황세준 대표의 색채가 뚜렷하다. 테이의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 장혜진의 ‘아름다운 날들’ 등을 작곡한 황 대표는 회사에 성시경 박효신 서인국 이석훈 등 분위기 있는 목소리의 남자 솔로를 소속시켜 ‘음악성이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WA를 운영하는 김도훈 씨는 휘성의 ‘위드 미’, 거미의 ‘기억상실’ 등 2002년 이후 매년 대중의 사랑을 받는 곡을 내놓은 작곡가. WA에 속한 힙합듀오 긱스와 그룹 팬텀은 음악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략2=틈새를 공략하라

작곡가 중심 기획사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FNC는 ‘댄스’ 중심의 아이돌 시장에서 ‘밴드’라는 틈새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FNC는 가수 지망생을 중심으로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수익창출 구조를 만들어놨다.

김 대표는 WA엔터테인먼트에 연습생 생활을 거친 가수 대신 다른 회사에 소속된 팀 중 음악성 있는 긱스와 팬텀을 픽업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긱스나 팬텀은 방송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용자들의 플랫폼이 다변화된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 대신 온라인 음원 위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택했다. 김 대표는 레인보우브릿지 이사를 겸임하며 WA엔터테인먼트와의 시너지 효과도 노리고 있다. 레인보우브릿지는 해외에서 오디션을 통해 뮤지션을 뽑아 한국에서 교육, 해외에 데뷔시키는 일종의 뮤직 에이전시다. 가요계에서 수요는 있었지만 미처 만들어내지 못했던 부분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황 대표의 젤리피쉬는 음악성과 대중성의 ‘두 마리 토끼’를 추구하고 있다. 성시경 등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뿐 아니라 지난해 독보적인 색깔을 남긴 빅스를 통해 아이돌 그룹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것. 황 대표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웰메이드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재원 한경 텐아시아 기자 jjstar@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