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시공업체 "부산도시가스, 공사비 부풀려 170억 부당이득"

부산도시가스 "적법 절차 밟고 외부감사 받아…문제 없다"
부산의 한 가스배관 시공업체 관계자가 21일 오후 부산도시가스 ‘투자내역 보고서’를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부산도시가스가 사도(사유지 도로)에서 이뤄진 가스배관 공사 비용을 시공업체에 전가한 뒤 부산도시가스가 투자한 것으로 속였다고 주장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ng.com
부산지역에 도시가스를 독점 공급 중인 부산도시가스가 수년간 공사비를 부풀려 가스요금을 인상하는 수법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산지방검찰청 형사1부는 21일 “부산도시가스가 가스를 공급하는 배관의 전체 길이를 늘리는 등 투자비를 실제보다 높게 책정한 뒤 이를 근거로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해 부당 이득을 얻었다는 고발이 시공업체들로부터 접수돼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공업체들이 제시한 의혹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사유지 밑에 묻는 배관공사의 경우 시공업체들이 공사비를 전액 부담하는 게 오랜 관행인데도 마치 예산을 투입한 것처럼 꾸며 요금을 올리고 수백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또 당초 투자계획보다 실제 투자비용이 줄어 요금인하 요인이 생겼음에도 요금을 동결해 수익을 남겼고, 공사구간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요금인상을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부산도시가스 측은 “부산시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고 있는데 투입하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다고 꾸민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사유지 공사비나 공사구간 부풀리기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양측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사유지 도로 배관공사비 누가?
시공업체들은 가스관을 묻을 땅이 사도(사유지 도로)일 경우 공사비를 시공업체가 부담했는데, 정작 부산도시가스 내부 문건인 투자내역보고서에는 자체 예산을 투입한 걸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시공업체 측은 2007~2009년 3년 동안 시공업체가 공사비를 부담한 사도 공사구간은 2007년 24.4㎞, 2008년 17.9㎞, 2009년 20.8㎞ 등 63.1㎞로 추산했다. 이를 표준공사비로 환산하면 170억여원에 이른다. 시공업체 측은 부산도시가스가 부산시에 제출한 ‘도시가스 공급비용 용역보고서’ 등을 근거로 “부산도시가스가 사도 공급관 공사에 자체 예산을 한 푼도 투입하지 않았는데도 투자한 것처럼 부산도시가스의 자산으로 등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공업체들은 문제가 된 사유지 가스공급관 공사비를 시공업체들이 부담하는 관행은 2007년부터 생겼다고 설명했다. 기름값 상승으로 도시가스 수요가 늘자 부산도시가스는 굳이 땅주인과 소송에 휩쓸릴 우려가 있는 사도를 지나야 하는 지역의 공사에 나서길 꺼렸다. 시공업체 측은 이 즈음부터 부산도시가스 측이 “땅주인으로부터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오면 사도 부분 공사를 진행할 수 있고, 그 비용은 시공업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간담회 등을 통해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부산도시가스 측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도 공사비는 시공업체가 아니라 가스 수요자들이 부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산시가 선정한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고 있는데 공사비를 투입하지 않고 도시가스 자산으로 취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투자비 300억원 줄었는데 요금 동결?

부산도시가스는 매년 배관 투자 계획을 공고해야 한다. 배관 투자 계획은 공급비용에 포함돼 가스비 요금 결정 때 반영된다. 시공업체에 따르면 부산도시가스는 2010년 379억원, 2011년 365억원, 2012년 394억원 등 1138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고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실제 투자금액은 2010년 176억원, 2011년 217억원, 2012년 127억원 등 520억원에 불과했다.

시공업체들은 “실제 투자금이 줄었다면 요금을 낮춰야 하는데도 같은 기간 가스요금은 계속 동결됐다”며 “결국 부산도시가스가 계획과 달리 투자비용이 줄었는데도 요금을 인하하지 않아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가스업계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 가스비 1원(㎥ 기준)을 올리면 연간 13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 부산도시가스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약 13원을 올려 170여억원의 추가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가 2009년 50.33원에서 2010~2011년 2년간 2.3원을 내린 뒤 2012년부터 올해까지 동결한 것과 대조적이다.

부산도시가스 측은 가스요금 책정 때 투자비용은 많은 요소 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예산 승인을 거친 투자예산은 같은 기간 1009억원, 실제 투자액은 703억원으로 시공업체 측 주장과는 차이가 크다”며 “2010~2011년의 경우 불필요한 공급관 공사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투자계획보다 실제 투자액이 줄었다”고 해명했다.

공사구간 부풀리기 있었나?

공급관 공사 길이 부풀리기나 중복 신고 등에 대해서도 양측은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08년과 2009년 부산시가 공고한 ‘도시가스 공급시설 공사계획 변경공고’를 비교해 보면 2008년 공사를 했다고 보고한 32건 약 12㎞ 구간에 대해 2009년에도 7.5㎞를 공사한 것으로 중복 기재돼 있다. 1m 표준공사비는 28만원가량이어서 7.5㎞의 중복구간 공사비는 수십억원에 달한다. 한 시공업체 대표는 부산도시가스가 업체에 발급한 시공지시서에는 공사길이가 14㎞로 기재돼 있는데도 2008~2010년 도시가스 공급시설 공사계획 변경공고에는 27㎞로 적혀 13㎞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한 시공업체가 공사한 부산 당리동 26은 부산도시가스가 부산시에 보고한 ‘2008년 도시가스 공급시설 공사계획’에 포함돼 있다. 그런데 ‘2010년 도시가스 공급시설 공사계획’에 또 공사한 것으로 중복 포함돼 투자비 부풀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부산도시가스 관계자는 “시공업체 주장은 숫자를 편의적으로 가공한 것에 불과하다”며 “가스요금 인상은 적법 절차를 밟아 결정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산=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