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올 대졸 공채 절반 줄인 까닭은

금융가 In & Out
고졸 채용과 시간제 일자리 창출 등에 앞장섰던 기업은행이 올해 대졸자 채용 규모를 작년의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근절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여파로 인력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올 하반기 대졸 공채로 200여명을 뽑을 계획이다. 지난해 445명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는 올 정원이 고작 80명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올해 330명의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금융위는 ‘80명만 늘리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정원 증가 규모(19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 37조에 따라 인건비 예산에 대해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원 증가폭이 줄어드니 대졸 공채 규모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가 기업은행의 요청을 거절한 것은 기업은행이 올해부터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기타공공기관은 정부의 경영평가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인건비, 복리후생비 등 주요 경영사항을 공공기관 경영공시 사이트인 ‘알리오’에 공개해야 한다. 또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적용을 받는다.

기업은행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기술금융 확대를 위한 이공계 인재 채용과 지식재산권(IP) 관련 전문 인력 채용을 하려면 정원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한 여신이나 기술금융 등을 진행하려면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한 사람들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원 증가폭이 줄어들면 대졸 공채 규모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퇴직자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늘어나는 점포 수를 감당하고 나면 적극적으로 신규 채용에 나서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