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이슈] 부작용 걱정없이 '무한변신'…천연 염모제 시장 활짝 열렸다

이슈 분석 - 염색약의 진화

고려말 시조에도 '염색' 기록
1960년대 동성제약 '양귀비' 발매
이용 편리한 거품형으로 진화
5세대 천연 제품 인기몰이
1세대 가루형 염모제(왼쪽부터), 3세대 크림형 염모제, 4세대 거품형 염모제, 5세대 천연 염모제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모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다. 젊음과 함께 독특한 개성을 연출할 수 있는 염색도 고대 이집트에서 ‘헤나’라는 식물을 이용해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과 같은 염색이 시작된 것은 1930년대 전후다. 금발의 여배우들이 인기를 끌자 여성들이 이를 모방하면서 이른바 ‘멋내기 염색’이 유행했기 때문.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염색이 시작됐을까. 역사를 따라가 보면 고려 말 사설시조 중 ‘백발에 화냥 노는 년이 서방질하려고 센(흰)머리에 흑칠을 하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학자들은 이때부터 염색이 시작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전설의 염모제, 동성제약 ‘양귀비’ 해방 후까지 이렇다 할 시장조차 없던 국내에서는 1960년대 동성제약이 개발한 가루형 염모제 ‘양귀비’와 동아제약이 수입한 ‘비겐분말’로 비로소 시장이 형성된다. 이른바 1세대 가루형 염모제다. 이들 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끓여서 사용하는 염모제밖에 없어 편의성과 안전성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양귀비와 비겐분말이 출시되면서 이러한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

양귀비는 새치 커버용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판매되고 있어 가히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린다. 염모제 2세대는 대중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한 1970년대 시작됐다. ‘아름다운 갈색머리~’라는 CF송으로 유명한 훼미닌이 염모제 2세대를 이끌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군부 독재시절에 염색시장이 활기를 띠었다는 것. 당시 일부 여성들은 맥주로 머리를 감아 머리색을 바꾸기도 했다.

크림형에서 거품형으로 진화 염모제시장은 1990년대 들어 크림형 염모제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한 번 더 진화됐다. 당시 히트상품은 동성제약의 ‘세븐에이트’와 동아제약의 ‘비겐크림톤’. 이 제품들은 염색시간을 7~8분으로 단축해 큰 인기를 끌었다. 염모제시장은 2011년 거품형 염모제가 출시되면서 새롭게 재편됐다.

동성제약이 내놓은 거품형 염모제 ‘버블비’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긴머리 염색을 가능하게 해 많은 여성의 찬사를 받았다. 버블비는 출시 1년 만에 500만개 판매라는 국내 최대판매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5세대 천연 염모제의 탄생 그동안 화학 염색약이 염모제 시장을 이끌어왔다면, 앞으로는 옻타지 않는 천연 염모제가 주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천연 염모제는 화학 합성염료 대신 천연 염색성분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천연 염색성분은 피로갈롤과 철 매염제가 있다. 피로갈롤은 밤나무·떡갈나무와 같은 나무 껍질에서 얻어지는 성분이다. 염색할 때 부작용이 없고, 항균·항산화 작용이 있어 피부를 보호한다. 물론 천연 염모제는 산화형 염모제보다 염색시간이 두배 이상 오래 걸리는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최근 천연 염색에 대한 연구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기존 40~60분가량 걸리던 염색시간을 15~20분 내로 단축시켰다. 천연 염모제는 동성제약의 새치머리 염모제 ‘허브 스피디’가 대표적이다. 허브 스피디는 천연염료를 사용한 염모제의 단점이던 40분 이상의 긴 염색 시술시간을 10~20분 정도로 단축시키면서도 염색된 색을 2배 이상 오래 유지시켜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