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日 독도 도발, 미국이 결자해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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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조약 초안 만든 미국독도 문제에 관해 일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의 결정이다. 1951년 9월 연합국이 전범국 일본의 책임과 영토를 규정한 이 조약에서, 일본이 한국에 양도할 섬 리스트에 독도는 빠져 있다. 따라서 일본인들은 조약에 서명한 48개 연합국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를 일본의 주권 아래에 남기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베 독도정치에 꼬투리 제공해
오바마 순방 때 책임지고 풀어야
김영봉 < 세종대 경제학 석좌교수 kimyb5492@hanmail.net >
이 조약 초안은 미국이 마련했다. 5차 초안까지 영토조항에는 ‘일본은 한국 본토,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 독도를 포함한 모든 한국의 섬들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고 돼 있었다. 그런데 일본의 로비가 시작되자 6차안에서 ‘다케시마’는 일본 영토로 바뀌었다. 이후 영국 호주 등이 장차 영토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자 다음 초안부터 독도를 아예 빼버렸다. 결국 최종 조약에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를 포함한…모든 권리를 포기한다’고 규정된 것이다. 그간 한국 정부와 언론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아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회피함은 패배주의적 자세며 오히려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대안을 강구함이 정도일 것이다. 5차까지의 조약 초안은 연합국들이 한국을 독도의 고유한 소유권자로 인정했음을 증명한다. 따라서 조약 과정만 보면 오히려 한국의 영유권을 지지하는 문서가 된다. 단지 강대국의 정치와 로비가 왜곡된 조약 결과를 낳았으며, 그 조약 자체도 한국 중국 등의 참여가 배제돼 ‘영토 피해국의 동의가 없다’는 근본적인 결함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는 6·25전쟁 때 한국을 도와준 미국을 진실로 고마워하지만 지금의 독도 문제 원인 제공자로서 책임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연합국 대일이사회 미국 대표인 윌리엄 시볼드는 일본 여성과 결혼한 대표적 친일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버터워스 국무부 차관보에게 두 차례 공식문서를 보내 “독도에 대한 일본 측 주장은 정당하니 일본 영토로 기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재촉했다. 이후 국무부가 독도를 일본이 포기할 영토에서 제외해 오늘의 독도 분쟁을 낳게 됐다.
현재 독도는 한국이 실효지배 중이다. 이 점령은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도 한국이 응하지 않는 한 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케시마는 일본인에게는 외국에 점령당한 하나의 바위섬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독도는 일제식민지시대의 굴욕에서 해방을 상징하는 성지(聖地)처럼 된 섬이다. 일본이 대한민국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하지 않는 한 현재의 독도 영유권 변화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집착이 가져오는 풍파다. 아베의 다케시마 주장이 격화될수록 한·일 국민 간의 혐오는 나날이 격심해지고 있다. 양국 방문자 수는 크게 줄어들고 혐한(嫌韓)·매한(罵韓)이 일본의 서점·거리·언론을 휩쓸고 있다. 이 와중에 아베 정부는 모든 중고교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교육하라고 지시했다. 이리되면 그간 무심했던 청소년까지 열성 다케시마 해방군으로 만들어 양국 간 혐오와 배타주의는 돌이키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이런 ‘아베주의’의 질주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미국뿐이다. 그가 조상대부터 내려온 아시아 비하의식과 대미 열등의식을 이어받았음인지 한국 중국에 안하무인이며 미국 정치나 여론에 지독히 움츠림은 익히 알려진 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는데, 차제에 독도 문제의 불편한 진실을 대면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반일은 결국 반미로 종결되고, 친일파와 미국을 타도 대상으로 삼는 좌파가 발호할 조건을 마련해준다. 독도 문제로 반일 정서가 커지면 결국 동북아에 한·미·일 동맹을 구축하려는 미국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또한 과거 미군 장갑차의 여중생 사망사건이 어떤 재난을 초래했는지 기억하는가? 오바마의 이번 방문은 독도 정치에 재미 붙인 아베 정부에 보다 확고한 경고를 주고,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미국의 책임이 있음을 용기 있게 인정하고 해명할 기회가 되는 것이다.
김영봉 < 세종대 경제학 석좌교수 kimyb549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