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에세이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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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7
원고지 앞에선 늘 한없이 작아졌지만나에게는 정말 힘들고, ‘민망한’ 글들의 연속이었다. ‘한경에세이’ 말이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글 쓰는 사람의 고통과 맛을 뼛속까지 느끼게 한 이벤트였다고나 할까. 꿈엔들 이런 종류의 글을 써볼 것이라 생각했겠는가.
한국 기업의 봄날 위해 역할 다할 것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khg@ahpek.or.kr >
‘나의 중년, 중견기업에 바치다’에서 국회에 대한 내 생각의 변화와 그들이 만들어 준 ‘옥동자’(중견기업특별법)에 대한 고마움을, ‘독, 물, 우유’에선 책임 있는 시민, 정부라면 필연코 생각해야 하는 자유에 대한 권리와 의무에 대해 쓰고 싶었다. ‘어느 역사 문외한의 볼멘소리’에선 과거를 잊으면 그 아픈 과거는 반드시 되풀이된다는 역사 유전을 얘기하고 싶었고, ‘어머이’에선 태생적으로 피할 수 없는 자식의 불효가 가슴 아팠다. 지금도 연로하신 ‘어머이’는 자꾸만 나에게서 멀어져만 가신다.
‘인도수행을 마치고’에선 그래도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당연한 고백을, ‘조국’에선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싶었다.
또한 ‘통상(通常)임금 vs. 통상(痛傷)임금’에선 과연 다수가 행복한 경제를 우리가 진정 원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전했고, ‘내리사랑’에선 인구문제뿐 아니라 자식들의 인성문제까지 고민해야 하는 우리의 지난한 현실을 묻고 싶었다. 이제 그 여정을 마무리하려 한다. 가능하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얘기, 또 기왕이면 우리가 잘살 수 있는 길, 잘살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 보려 애썼다. 하지만 나의 한계가 여기까지인 것을 절절히 느낀다. 말과 달리 글이라는 것이 쓰는 순간부터 내 민낯이 드러나는 일임을 알게 됐다.
그럴수록 내 펜 끝의 무게감이 더욱더 느껴졌으니, 역시 글쓰기는 나의 DNA가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훌륭한 작가들과 기자들의 내공이 하늘을 찌르고도 남음이 있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엄청난 양의 정보와 지식, 그리고 남다른 식견으로 독자들을 울리고 웃기는 것을 보면….
그래, 나는 ‘기업인’이다! 글쓰기에 작아짐을 느끼고 슬퍼할 시간이 없다. 얼마나 엄청난 경제 현안들이 눈앞에 밀려오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는가. 내가 고민하고 나아가야 할 길은 또 다른 곳에 있을 터. 어떠한 아픔과 고난이 있어도 우리 기업인들은 ‘봄날을 기다리며’ 이 모진 겨울을 또 이겨내야 한다.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khg@ahpek.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