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적자 '응급상황'…비상경영 '메스'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짓다 멈추고
튼튼병원, 척추병원서 쌍꺼풀수술도
지난해 640억원의 적자를 낸 서울대병원이 건설을 중단한 심장뇌혈관센터 공사 현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불황도 비켜간다’던 병원들이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대학병원 동네병원 가릴 것 없이 긴축 경영을 하고 있다. 경기 불황에 환자가 줄고, 의료수가도 낮고, 병원의 주 수익원이던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특진비)마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들도 최근 잇따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의사 연봉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6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서울대병원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교수 가운데 진료 실적이 미미한 교수에게 의과대학과 병원 교수직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대학병원 임상교수는 통상적으로 의과대학 교수와 병원 교수직을 겸직하는데, 월급도 의대와 대학병원 양쪽에서 받는다. 의사 급여를 줄여 비용을 아끼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진료를 거의 하지 않는 의대 교수가 적지 않다고 판단, 진료 실적이 없으면 병원에서 받는 월급도 없앨 방침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예상보다 경영난이 심각해 2012년부터 공사를 진행하던 심장뇌혈관센터 건립도 최근 백지화했다”며 “부서별 경비 절감, 시간외근무수당 최소화 등 인건비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올해 1000억원 이상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인천 소재 A병원은 최근 연봉 계약을 진행하면서 전체 의사의 연봉을 10%가량 줄였다. 의대 교수들은 물론 전공의(레지던트) 연봉도 일괄적으로 10% 깎았다. 과거 인센티브 형식으로 지급하던 보너스와 상여금을 모두 없앴다.

A병원 관계자는 “진료 수익이 감소하면서 줄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줄이고 있다”며 “특히 고액 연봉을 받는 의사들의 임금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올해 간호사와 의료기사 채용을 평상시의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꼭 필요한 인원만 우선 채용한 뒤 필요에 따라 상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올해 모든 직원의 임금을 동결했다”며 “과거처럼 연간 필요 인원을 미리 추산해 채용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전했다.

중소·지방병원들도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척추관절전문병원인 튼튼병원은 최근 일부 지점에서 노인층 환자를 대상으로 안검하수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 안검하수는 노화로 인해 눈꺼풀이 내려와 시야를 가리는 증상으로 이 시술은 보통 안과에서 한다.

병원 관계자는 “척추관절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중에 노인이 많아 덤으로 안검하수 시술까지 저렴하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분당의 한 피부과는 안과전문의가 피부과로 전업한 사례다. 이 병원 관계자는 “최근 안과 환자가 급격히 줄면서 피부관리 등 에스테틱을 주로 하는 피부과로 진료 과목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