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파이시티…10년만에 기사회생

STS컨소시엄, 4660억에 인수 합의…서울시 인허가 확정이 변수
무산 위기에 내몰렸던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옛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사업(사업명 파이시티)이 다시 추진된다. 은행 채권단 모임인 대주단과 사업권(토지 포함) 인수 추진업체인 STS개발이 매각 가격을 두고 6개월 넘게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최종 합의안에 동의했다. 총 사업비 2조4000억원 규모의 ‘파이시티 복합유통단지’에는 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 등 대형 쇼핑시설을 비롯해 CGV 등 극장시설과 업무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우여곡절 10년 만에 회생 기회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등 대주단은 STS개발과 신세계 롯데쇼핑 등으로 구성된 STS컨소시엄에 파이시티를 4660억원에 매각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작년 8월 STS컨소시엄은 4012억원에 파이시티를 인수하기로 하고 계약했으나 대주단이 제동을 거는 바람에 인수가 지연돼 왔다.

결국 STS 측이 대주단이 원하는 4660억원을 주기로 함에 따라 매각작업이 일단락됐다. 실사결과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채권 등 우발채무는 인수 측이 부담하기로 했다. 또 오는 6월 이전에 서울시로부터 사업 인허가를 받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경우 대주단에 위약금을 내기로 했다. 대신 대주단은 파이시티 부지 공매를 조건부로 포기하기로 했다.

서울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9만6017㎡)에 2조4000억원을 들여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파이시티 사업은 10여년간 각종 민·형사 소송과 시공사 부도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1년 시행사 파이시티가 재무구조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이듬해에도 이명박 정권의 실세 정치인들이 인허가 비리에 연루돼 줄줄이 구속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해 다시 사업권 매각을 추진했고, STS개발이 우선 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대주단과의 마찰이 장기화하면서 인수합병(M&A)이 무산 위기에 내몰렸다.

◆인허가 조건이 사업 시행 최종 변수

당사자 간 M&A 합의가 마무리됨에 따라 STS개발 측은 곧바로 인허가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건물 규모와 용도 등을 규제하는 인허가는 개발 사업의 핵심이다. STS개발은 6월 중순, 관계인집회 이전까지 인허가를 확정하고,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파이시티는 2009년 실시계획인가와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작년에 이들 인허가가 취소됐다. 인허가를 되살리거나 사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의 새 인허가를 받지 못하면 STS개발도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개발 추진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STS개발은 서울시와 서초구청을 상대로 기존 인허가를 부활시키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신규 인허가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파이시티 관계자는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기존 규제를 완화하면서까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엇박자를 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