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집중력도 '근육'…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된다

포커스 / 대니얼 골먼 지음 / 박세연 옮김 / 리더스북 / 412쪽 / 1만8000원
엄마를 꼭 끌어안은 소녀의 머리가 엄마의 허리춤에 닿는다. 휴가를 위해 섬으로 향하는 배 안. 소녀는 엄마를 붙들고 있지만 엄마는 아무 반응이 없다. 배를 타고 가는 내내 오로지 아이패드에만 몰두해 있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학생들에게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도록 해온 한 교사는 이렇게 털어놓기도 했다. “언젠부턴가 아이들이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에게 이를 가르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에요.”
심리학자이자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중 한 명인 대니얼 골먼이 보고 들은 경험이다. 그의 신작 《포커스》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기술(IT)로 점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꼬집고, ‘집중’의 심리학적 근거를 찾는다. 그리고 리더들에게 집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계에 더 익숙하고, 사람들에게 덜 익숙한’ 세상에서 인간성을 찾기 위해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두뇌의 사회적·감성적 신경조직은 사람들과의 관계와 대화로부터 형성된다는 것이다. ‘주의(attention)’라는 단어는 세상과 관계하며 경험을 쌓아 나간다는 뜻의 라틴어 ‘아텐데레(attendere)’에서 왔다. 주의력 혹은 집중력은 근육과 비슷하다.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되고 잘 사용하면 점점 발달한다. 저자는 집중을 세 가지로 나눠 주의력과 집중력을 개발하고 되살리는 방법을 소개한다. 자기관리를 강화하는 내적 집중(inner focus), 전반적인 인간관계 기술을 담당하는 다른 사람에 대한 집중(other focus), 시스템에 대한 인식을 통해 세상을 보는 외적 집중(outer focus)이다.

두뇌는 주의력을 그냥 내버려둘 때 회복된다. 그러나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피해 다니고, 경적소리 같은 소음을 참아야 하는 도심에서는 아니다. 두뇌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환경은 자연이다. 공원의 석양, 구름, 나비의 날갯짓 등은 우리 주의력을 부드럽게 자극하고 에너지를 보충시켜 준다.

저자는 또 인간의 두뇌가 ‘시스템’을 잘 보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한다.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 주의력의 범위를 한정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구의 환경 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다. 게다가 지금의 과학기술은 인간이 지구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전에 이미 개발된 것들이다. 저자는 이런 세계일수록 리더들에게 시스템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심리학자로서 실험과 연구 등 과학적 근거와 개념에 기반하다 보니 가독성은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점점 집중하기 힘들어지는 ‘나’의 두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읽어볼 만하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