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좋은 병원에 환자 몰려서는 안 된다는 복지부

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은 병상 증설 시 정부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의료 수요에 비해 병원이나 병상 수가 많다고 판단되는 소위 과밀권역의 대학병원이나 통상 10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은 병상 증설을 사실상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진짜 속내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상급종합병원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이다. 결국 환자가 수도권 지역 대학병원,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막겠다는 얘기다.

복지부 입법예고대로 하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은 더 이상 병상을 늘릴 수 없다. 수도권의 다른 대형병원, 대학병원도 마찬가지다. 결국 소위 명의의 진찰을 받고 1급 병원에 입원하려면 긴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하고 이 대기명단은 갈수록 길어질 것이다. 환자 선택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실로 괴이한 규제다.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에 대해 경증질환이나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 외래환자 비율을 17% 이하로 낮추라는 것도 어이없는 발상이다. 환자를 위해 병원이 있는 것이지 병원을 위해 환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지방 중소병원, 동네의원 살리자고 정부가 환자를 지역으로 밀어내는 꼴이다. 이제 지방에 사는 사람은 서울의 1급 병원에 올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물론 서울에 사는 환자들도 긴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겨우 의사 코빼기라도 볼 수 있게 된다. 그게 싫다면 지역 병원에 내려가야 하는 것이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이런 복지부가 의료산업 개혁 운운하고 있으니 누가 믿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