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금융사 "총인수금의 40% 이상 대출 못해준다"…LBO식 M&A에 급제동 걸리나

대출금 조기상환 요구 등 '깐깐한' 잣대로 사실상 관리
해외투자자들 LBO 안하는 조건 달기도
▶마켓인사이트 2월28일 오후 05시13분

국내 2위 보안회사 ADT캡스 인수전에서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이 승리했다.

▶본지 2월26일자 A1면 참조

칼라일과 ADT캡스 대주주인 미국 타이코그룹은 3일 약 2조원대로 알려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 딜은 글로벌 사모펀드 간 대결이라는 점과 함께 칼라일과 막판까지 경쟁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인수금융(차입금)이 의외로 적은 75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것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차입금 비율이 몸값(1조9000억원 이상)의 40%, ADT캡스 에비타(상각 전 영업이익)의 4.5배 정도였다. 국내 시중은행과 연기금이 LBO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일부 PEF 운용사는 돈을 빌려준 대주단(채권단)으로부터 사실상의 재무관리를 받고 있을 정도다.

MBK와 맥쿼리는 2012년 씨앤앰(C&M) 인수 금융을 차환(리파이낸싱)하는 과정에서 대주단이 요구한 까다로운 조건(커버넌트)을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씨앤앰은 2013년 회계연도 말 기준 순차입금 규모를 에비타(상각 전 영업이익)의 두 배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또 대주단 서면 동의 없이 부채, 보증, 담보를 제공할 수 없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계약 체결 당시엔 느슨한 조건이라는 의견이 있었다”며 “하지만 작년부터 유료방송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이 나빠지자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씨앤앰이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돼 MBK와 맥쿼리는 2조2000억원의 부채를 모두 갚아야 한다. 씨앤앰 관계자는 "작년 말 기준 순차익금은 에비타(3100억원)의 1.64배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약정 위반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유피케미칼의 대주주 우리르네상스는 작년 초 대주단으로부터 “대출(리파이낸싱) 당시 조건을 어겼다”며 대출금 조기 상환을 요구받았다. 당초 만기는 올해 4월. 순이익이 2011년 19억원에서 2012년 103억원으로 급증했는데도 일부 금융회사가 조기 상환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르네상스는 지난해 10월 다른 투자자를 모집해 가까스로 차환에 성공했다. 보고펀드는 작년 8월 2250억원 규모 LG실트론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하면서 만기를 1년밖에 연장하지 못했다. LG그룹이 지분 51%를 가진 대주주인데도 일부 금융회사는 만기를 장기로 연장하는 데 주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금융회사도 LBO를 엄격하게 따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PEF에 출자한 해외펀드투자자(LP) 중에서는 펀드 정관에 LBO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요구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관계자는 “차입금 비율이 높아지면 기업이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 이자를 갚기 위한 배당 등을 더 관리하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 기반을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LBO(leveraged buy-out)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 향후 현금흐름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기업 경영권을 사는 인수합병(M&A) 기법. 통상 인수를 완료한 뒤 기업 내부 현금으로 인수차입금을 상환한다. 적은 돈으로 큰 기업을 살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인수한 기업이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 큰 손실이 날 수 있다.

좌동욱/이태호/정영효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