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희 신진스테이지 사장 "업소용 대신 예술조명 승부…우리 제품, 국립극장도 쓴다"

지금은 女成(여성 성공) 시대

공연장 100여곳 납품…작년 매출 40억원 올려
제조·설계·설치 원스톱…올 LED시장 적극 공략
지승희 신진스테이지 사장이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본사 사무실에서 무대 조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지난해 10월부터 공연 중인 뮤지컬 ‘그리스’는 화려하고 다양한 색깔의 조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무대 조명·기계 전문업체 신진스테이지의 지승희 사장이 설계해 만든 작품이다. 지 사장은 이 공연이 열리는 유니플렉스뿐만 아니라 경희대 평화의전당, 국립중앙극장, 한전아트센터 등 100여곳이 넘는 공연장에 조명과 기계를 납품해 설치했다. 지난해 매출은 40억원이었다. 그는 “다양한 무대 기계가 공연 관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엘립소이드 조명 국산화 지 사장은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아 30세이던 2005년 신진스테이지 대표가 됐다. 1986년 설립된 신진스테이지는 주로 유흥업소에서 쓰이는 조명을 만들었다.

지 사장은 대표를 맡은 뒤 사업 영역을 전환했다. 유흥업소가 아닌 공연장 호텔 교회 웨딩홀 등에 설치하는 조명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는 “공연장이 늘어나고 고급 조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봤다”며 “이 같은 예상은 적중했고 사업이 크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유흥업소는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업 영역을 바꾼 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이미지도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지 사장은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엘립소이드 조명’을 국산화하는 데 주력했다. 엘립소이드 조명은 특정 사물이나 인물을 부각할 때 집중적으로 비춰주는 것으로 교회나 강당 등에서 많이 쓰인다. 당시 이 조명은 유럽 등에서 수입돼 한 대당 50만~60만원대에 팔렸다. 그는 2005년 이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해 30만원대로 가격을 낮췄다. AS 문제도 해결했다. 이 조명은 소켓(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투입구)에 열이 많이 나기 때문에 타는 경우가 많은데 수입품은 부품을 쉽게 구하지 못해 한 번 고장 나면 버리기 십상이었다. 그는 “국산화가 이뤄지면서 이 같은 단점이 없어졌고 회사도 이를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제조·설치 원스톱 제공

신진스테이지는 공연에 필요한 기구와 세트물을 고정하기 위해 무대 상부에 설치하는 ‘플래카드 바텐’, 연출자 등이 원하는 대로 기구를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플라이셋 바텟’ 등도 만들고 있다. 특히 2008년 기계 설비를 시작하면서 신진스테이지 매출은 3배가량 늘었다. 지 사장은 “이전에도 기계를 제작했지만 고객사에 단순 납품하는 수준이었다”며 “2008년 기계설비 면허를 취득하고 제조부터 설계, 설치까지 모두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면서 많은 공연장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추락방지활차도 개발

지 사장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LED 조명을 쓰면 전기 소모량이 50% 정도 절감되고 수명이 길어 이를 찾는 고객사가 늘고 있다. 기능보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공연장도 늘어나고 있다. 신진스테이지는 2012년 ‘추락방지활차’를 개발해 특허 출원했고, 올해 성능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지 사장은 “공연장에선 최대 700㎏까지 나가는 세트물을 와이어를 이용해 위아래로 움직인다”며 “이때 와이어가 마모되면 세트물이 떨어져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상 징조를 미리 알아챌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추락방지활차를 개발했다”며 “안전 중심의 공연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