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온·오프 경계 허무는 아이템 투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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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벤처를 키우는 사람들 (3)“올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갭을 메우는 스타트업이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이 분야의 창업 지원이나 투자도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고요.”
클럽베닛 등 커머스 관심
잭팟 같은 기회는 없어도
저위험·중수익으로 안정적
최근 서울 논현동 사무실 인근에서 만난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온·오프라인 연계 사업모델은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는 ‘잭팟’ 같은 분야는 아니지만 여전히 기회가 많다”며 “예비창업자들도 이 분야 창업 기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박 대표와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노정석 파이브락스 최고전략책임자(CSO),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등이 2011년 11월 만든 벤처 투자·육성 회사다. 박 대표는 스톤브릿지캐피탈 심사역을 거쳐 2012년 9월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를 맡았다.
박 대표는 스톤브릿지캐피탈 시절부터 인터넷과 모바일, 게임, 교육 등에 전문으로 투자해왔다. 리빙소셜에 매각된 티켓몬스터(그루폰에 재매각)와 KT에 팔린 엔써즈, ISE커머스에 팔린 클럽베닛 등이 그가 투자한 회사들이다.
그런 그가 온·오프라인 연계 모델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다양한 규모의 투자를 해봤는데, 규모별로 유망한 벤처기업은 업계에 10개 남짓이었다”며 “모두가 눈독을 들이는 회사 말고 다른 회사를 찾으려다 보니 온·오프라인 커머스 분야를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나 게임이 고수익을 내지만 고위험 분야인 반면 이 분야는 저위험 중수익 정도라 예측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니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는 “모바일과 함께 성장한 온·오프라인 커머스는 기존에 없었던 분야이기 때문에 돈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도 몰랐다”고 했다. 처음부터 기반을 다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전히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나갔다”며 “지금은 이 분야 투자와 지원에 대한 대략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상태”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투자심사역 시절에는 좋은 기업을 찾아내는 ‘발굴’의 비중이 9, ‘육성’이 1이었다면 지금은 함께 기업을 키워 나간다”며 “지난해에는 궤도에 올리기 위해 매일 투자기업 대표들과 미팅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창업 지원 과정인 ‘패스트트랙아시아 CEO 프로그램’과 더불어 육성 프로그램 ‘패스트 캠퍼스’, 멘토링 프로그램 ‘인사이트 박스’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를 함께 설립한 신 대표, 노 CSO와는 자주 만난다. 그는 “세 사람의 의견은 합치되기 쉽지 않지만 특별히 만장일치를 해야 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며 “어떤 기업에 대한 의견이 다르면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투자나 지원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왜 이걸 하느냐’는 등의 질문은 서로 하지 않지만 문제점이 있을 때 ‘빨리 개선했느냐’는 얘기는 자주 한다”며 “생각보다 행동을 빠르게 하자는 기치 아래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조용한 말투, 차분한 외모와는 다르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악바리’ 근성으로도 업계에서 유명하다. 블루홀 스튜디오 투자를 위해 경영전략실 임원에게 하루 세 번 전화를 걸고, 엔써즈에 투자하기 위해 김길연 대표를 1년 가까이 ‘스토킹’한 일화도 있다. 그는 “규모와 성장성을 고려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끝까지 밀어붙여 왔다”며 “투자나 지원을 할 때마다 ‘이 회사다’는 확신이 들었던 적은 한번도 없지만 최대한 잘되게끔 만드는 것이 내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