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봄바람' 부는 부동산] '월세형 빌딩' 투자 기지개…100억원 이하 중소형 '매물 부족'

살아나는 수익형 부동산

2억 이하 오피스텔·분양형 호텔도 '관심'
비역세권 등 임대수요 적은 지역 '조심'
지난달 초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인근 도산대로변 소형 빌딩(대지 341㎡)이 235억원에 거래됐다. 개인이 매입한 이 빌딩의 3.3㎡당 매매가격은 2억1000만원으로 일대에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변에 성형외과 호텔 등이 많아 빌딩 임차수요가 있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올 들어 중소형 빌딩, 오피스텔, 분양형 호텔 등 ‘월세형 빌딩투자’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의 골이 깊었던 빌딩시장에 최근 주택시장 회복 분위기와 맞물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노후 대비를 위해 수익형 부동산에 발품을 팔고 있는 것도 요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소형 빌딩 거래 급증

의류직물업체인 신흥은 지난달 서울 역삼동의 6층짜리 빌딩(연면적 2095㎡)을 93억원에 매입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자 일선 기업들도 그동안 미뤄왔던 사옥용 빌딩 매입에 나서고 있다. 강남권의 300억원 이하 건물이 주요 대상이다.

이와 함께 작년 하반기 이후 10억~30억원대 소형 빌딩 투자가 증가하는 것도 최근 부동산시장 전반의 회복 조짐을 나타내는 징표다. 은퇴한 베이비부머와 자녀에게 증여를 원하는 부모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역세권 소형 빌딩을 선호해서다. 신동성 원빌딩 팀장은 “서울 강남 이외에 마포 이태원 등지의 소형 빌딩도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며 “인근의 상권 활성화로 안정적 임대수익은 물론 시세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빌딩 매입 문의도 늘고 있다. 특히 빌딩 초보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사장은 “저금리 기조에 경기회복 기대감이 섞이면서 중소형 빌딩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며 “올 들어 이달까지 중소형 빌딩 거래는 작년 동기보다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역세권 중소형 빌딩은 임대수요 부족으로 월세수익이 적고, 건물가치도 하락할 수 있어 반드시 현장확인을 해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익형 부동산 관심 지속

2억원 이하로 투자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임대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이들 상품이 소액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서다. 다만 지난달 26일 나온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라 앞으로는 월세소득에 대한 세금 납부를 피하기 힘든 만큼 이런 점까지 감안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오피스텔은 위례 마곡 등 서울지역 택지지구가 유망지역으로 떠올랐다. 신규 분양도 급증하고 있다. 마곡지구에서 6500실 가까운 물량이 쏟아지고, 위례신도시에서도 하반기부터 오피스텔 분양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다가구주택·도시형생활주택 등 오피스텔과 경쟁관계에 있는 소형주택보다 주차장 여건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신규 공급이 넘쳐서 지역별로는 공급과잉 상태에 있는 곳이 많아 투자자들은 지역여건을 잘 살펴야 한다. 분양마케팅업체인 반더펠터의 호한철 사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2억원대 이하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많지 않다”며 “기존의 노후 원룸을 대체할 수 있는 역세권 신규 오피스텔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고 설명했다.

최창욱 건물과사람들 사장은 “오피스텔도 원룸 위주에서 벗어나 투룸과 스리룸 등 2~4인 거주공간을 확대하는 등 차별화에 나서는 한편 서비스레지던스(숙박시설) 등 안정적 임차수요를 확보하는 임차방식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과 제주 연동 등지에서는 오피스텔의 변형인 ‘분양형 호텔’ 공급이 잇따르고 있다. 오피스텔처럼 1억원대에 객실을 분양하는 게 특징이다. 객실을 분양받으면 오피스텔처럼 매달 일정액의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 이춘우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호텔전문업체가 운영을 맡고, 수익금을 돌려주는 게 분양형 호텔의 구조”라며 “다만 역시 단기간에 공급이 증가하는 상황이어서 입지여건과 분양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이현일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