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3월의 세금' 분납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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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연말정산 때문에 한숨짓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13월의 보너스’를 기대했는데 환급액이 대폭 줄었거나 오히려 세금을 왕창 토해 내야 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3월의 세금폭탄’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세금폭탄’이란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직장인들이 실제로 더 내는 세금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이를 세금폭탄으로 몰고 간다면 사실 관계를 외면하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원죄’는 정부에 있다. 정부는 2012년 9월 내수 진작을 위해 근로자 월급에서 매달 자동으로 떼가는 원천징수액을 평균 10%가량 줄였다. 세금을 덜 떼면 근로자들의 쓸 돈이 늘어나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에서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정부 의도대로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매달 떼가는 세금은 적은 반면 나중에 한꺼번에 토해 내는 돈은 꽤 많기 때문이다. 실제 4인 가구 기준으로 월소득 500만원인 근로자의 원천징수액은 종전 26만9290원에서 24만820원으로 2만8470원 줄었다. 한 달에 3만원도 안되는 돈이 늘었다고 소비를 크게 늘릴 직장인은 많지 않다.
반면 이렇게 매달 걷는 세금을 줄인 결과 연말에 더 내야 할 세금은 34만원가량이나 된다. 월소득 700만원 근로자는 매달 원천징수되는 세금이 5만5000원가량 줄지만 연말에는 66만원가량을 몰아서 내야 한다. 문제는 내년 연말정산 때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천징수액을 다시 높이는 것은 또 다른 조삼모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 납세자 입장에선 이왕이면 세금은 늦게 낼수록 유리한 측면도 있다.
오히려 해법은 분납제도에서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연말정산 결과는 보통 2~3월 월급에 한 번에 반영된다. 100만원 가까운 세금을 한꺼번에 토해 내는 직장인들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연말정산에서 내야 할 세금이 많다면 여러 달에 나눠 내는 분납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