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보험 高성장 시대 끝났지만 고령화서 새 기회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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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LIG손해보험인터뷰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57·사진)은 1983년 LIG손보의 전신인 범한화재해상에 입사하면서 보험업계에 첫발을 들였다. 30년 넘게 한눈 팔지 않은 정통 ‘보험맨’이다. 오너 중심의 경영 체제를 고수해왔던 LIG손보는 지난해 6월 김 사장을 대표로 선임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취임 후 김 사장이 거의 매일 오전 6시30분이면 출근하는 이유다. 그는 업무 시작 전에 사내 인터넷 게시판을 둘러보고 임직원들의 고민과 이슈를 파악한 뒤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한 명의 임직원이라도 더 만나 얘기를 듣기 위해 하루에 저녁 식사를 두세 번 하는 일도 다반사다. 소통과 공감 없이는 위기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대주주 변경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는 김 사장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기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객에 사랑받는 기업' 목표 매진
직원이 주인의식 갖는 회사 만들터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기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어
안정적 수익 나는 자산 투자 확대
2014년에는 재무 안정성 더 강화
▷보험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습니다. 돌파 전략이 있습니까.
“정부나 주요 연구기관들은 국내 경제성장률을 3%대로 점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이 올 들어 본격화되고 있어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높습니다. 경기회복이 더뎌 손해보험 시장도 좋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지요. 저축성 보험 등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노후 보장에 초점을 맞춘 보험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걸로 봅니다. 정부 정책도 고령자 전용 보험 출시와 보험을 통한 노후 보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요. 이 시장을 파고들고 개척하다 보면 분명히 새로운 수익 기회가 있을 겁니다. 자동차보험 제도 관련해서도 전반적으로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수익구조가 나아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저금리 기조에서 자산운용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은데요.
“올해는 자산부채 종합관리(ALM)를 기반으로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겁니다. RBC 비율 등 재무안정성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확보해야 합니다. 채권과 대출 등 이자수익이 나는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릴 생각입니다. 동시에 신용위험 계수가 낮아 RBC 비율 개선에 도움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 발굴에 역량을 집중할 겁니다. 위험자산인 주식 투자 비중은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겠지만 특정 업종 등에 얽매이기보다는 전반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데 신경 쓸 방침입니다. 약간의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만으로도 중장기적으로는 꽤 높은 수익률 제고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사들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확보하실 건지요. “목표는 높을수록 좋습니다.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발전으로 이어지지요. 최근 몇 년간 목표는 ‘고객 신뢰도 1위 보험사’였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고요. 고객 서비스를 전반적으로 개선할 겁니다. 특히 충성도 높은 우수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확실히 높일 생각이에요. 홈페이지나 콜센터 등 비대면 업무처리 시스템도 개선할 방침입니다. 대면 영업뿐 아니라 비대면 영업에서도 완전판매를 추구해 민원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목표입니다. 상품 개발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인보험 신상품에 초점이 맞춰질 겁니다. 현재 손보사들은 다양하게 위험보장 영역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고요. 설계사들의 소득 향상과 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손해보험 고유의 영역인 재물보험에도 관심을 쏟을 겁니다. 차별화를 위해 계약 시스템을 더 편리하게 개선하고 심사 기간도 줄여 나가겠습니다.”
▷‘대주주 변경’이라는 민감한 일을 앞두고 있는데요.
“‘승자의 안목’이라는 책을 보면 ‘승자의 주머니에는 결단이 있고, 패자의 주머니에는 후회가 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제 경영철학과도 비슷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단입니다. 이 결단이란 게 어떤 새롭고 거창한 것을 뜻하진 않습니다. 기본과 원칙에 입각해 기업의 기초체력과 내실을 다지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본과 원칙이 바로 선 기업, 내실이 탄탄하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그 누구라도 욕심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임직원 모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 바로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길입니다. 이런 조직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게 제 역할이기도 합니다.” ▷급변기를 헤쳐가기 위해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요.
“좋은 리더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연륜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평소 끊임없이 현장 경영을 강조하는 것도 그런 생각에서입니다. 공부하고 고민하고 현장에서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좋은 리더의 기본이 갖춰집니다. 그래서 늘 소통을 중요시합니다. 여러 번의 해석을 거친 간접적인 보고에 의존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왜곡되기 십상입니다. 되도록 많은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면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LIG손보를 어떤 보험사로 만들고 싶으신지요.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여전히 우리의 목표입니다. 생각하면 고맙고 든든한 그런 기업 말입니다. 여기에 임직원들이 비전과 자부심을 갖고 재미있게 일한다면 그 자체로 ‘우량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직원과 설계사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업무체계를 만드는 것도 목표입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