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다시행진…전인권 밴드로 돌아온 전인권, 사랑 평화 자유를 다시 노래하다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서 9일까지 공연
10년 만에 첫 솔로 무대

내 욕심 채웠던 과거 버리고 남 위해 노래할 것
목소리는 때때로 갈라졌지만, 고음은 선명하고 쩌렁쩌렁했다. 새로운 밴드와 함께하는 표정은 소년처럼 즐거워 보였다. 전인권은 여전히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했다. 7일 오후 서울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롯데카드아트센터에서 이제는 들국화가 아닌, 전인권 밴드로 처음 대중에 악수를 건넨 그의 열정은 어느 때보다 커 보였다.

“예전에는 철저하게 날 위해 노래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달라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이제는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가수가 돼가고 있어요.” 가지런히 묶은 백발과 대조적인 거뭇한 수염. 트레이드마크까지는 아니지만, 늘 그와 함께하는 선글라스. 이날 무대에 서기에 앞서 만난 전인권의 겉모습은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달랐다. 차분한 가운데도 지그시 누른 의욕이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들국화의 재결성과 주찬권의 죽음을 겪은 지난 3년간 그는 찬란한 기쁨과 깊은 슬픔을 동시에 맛봤다. 컴백부터 활동을 접기까지 1년 동안 들국화는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전인권, 최성원, 주찬권은 2012년 5월 극적으로 다시 뭉친 후 대형 록페스티벌을 포함해 약 서른 번 공연을 가졌다. TV에 얼굴을 비치며 대중과 소통했고, 27년 만에 새 앨범 ‘들국화’도 녹음했다. 들국화를 기다려온 옛 팬들부터, 들국화를 처음 보는 젊은 관객들까지 들국화의 음악 때문에 울고 웃었다. 세상은 변했지만 음악의 감동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작년 10월20일 주찬권이 세상을 떠나자 들국화는 활동을 멈췄다.

전인권은 “많이 아쉽다”며 “찬권이는 이번에 새 앨범을 내면 활동을 정말 많이 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그렇게 돼서…. 찬권이가 우리 중에 가장 오래 살 것 같았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들국화가 활동을 멈춘 후 최성원은 제주도로 돌아갔다. “최성원과 해체하자고 이야기한 적은 없어요. 각자 따로 음악을 하자는 이야기도 안 했고요. 찬권이가 없으니까 서먹해졌어요. 들국화를 계속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많겠죠. 그런데 우리는 단지 돈을 위해 억지로 들국화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우리가 엄청 고집이 센 사람들이거든요.”

전인권은 다시 자신의 음악을 시작하기 위해 전인권 밴드를 결성했다. 전인권은 예전의 자신이 이기적이었다고 했다. 지난 1년여 동안 들국화로 다시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 또 후배들이 자신과 자신의 음악을 바라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이제는 자신의 욕심 때문이 아닌 누군가의 바람을 위해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자신의 가족과 팬, 그리고 음악적 지우인 김민기, 조동익 등을 위해 오래오래 건강하게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예전엔 그냥 이기적이었죠. 이기적인 것이 도피처이기도 했고. 젊은 시절에는 들국화로 노래를 히트시키거나 그런 것에 좌지우지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저 우리 속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음악을 했을 뿐이죠. 우리끼리 연습이 잘 되는 것으로 충분히 좋았으니까요.”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게 됐다. 전인권 밴드에 베테랑 연주자들인 함춘호(기타), 정원영(건반)을 포함해 젊은 연주자들이 함께하니까. 책임감도 커졌다. 전인권은 뒤를 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 중심에는 음악에 대한 절실함이 있다.

“내가 주류 음악인은 아니고 소위 언더그라운드지만, 이번에 들국화로 다시 활동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정말 큰 기대를 하는 걸 느꼈어요. 제가 잘 돼야 동료들, 후배들도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들국화에 미련을 갖고 세월을 그냥 보내버릴 수는 없습니다. 제가 해야 할 것이 많아요.” 이번 공연은 9일까지 계속된다. 들국화가 아닌 솔로 콘서트로 무대에 선 것은 10년 만이다. 9일에는 유희열이 게스트로 나선다. 전인권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솔로활동을 할 예정이다. 정원영, 함춘호와 신곡 작업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하며 연습한다는 그는 “지금 굉장히 흥분했고 신이 난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매일 연습을 한다. 환갑이 지났고, 손녀도 봤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만은 청춘이다. “세계적인 노래 선수가 되고 싶다”는 그는 “노래만 잘할 수 있다면 마약 빼고 어떤 길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득, 무엇을 위해 노래하는지 궁금해졌다.

“록의 정신은 사랑과 평화, 그리고 자유죠.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내 노래를 통해서 사랑과 평화, 자유를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권석정 한경 텐아시아 기자 morib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