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 결재서류 사전감사 파문…정병기, 소신파? 독불장군?

금융가 In & Out
‘사익을 앞세우지 않는 충성파이자 의리의 사나이.’ vs ‘무리하게 일을 추진해 불필요한 잡음을 많이 내는 사람.’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에 대한 금융가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올라가는 모든 결재서류를 자신이 미리 점검하겠다는 초유의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부실한 내부 감시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전방위 사전감사’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물밑에서 조용히 업무를 처리하는 감사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른 행태다. 그가 2011년까지 몸담았던 기획재정부에도 정 감사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와 함께 일했던 이들의 평가는 복합적이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지시받은 일에 대한 성과를 내놓는 훌륭한 ‘조직원’이지만 그 과정에서 무리수도 많았다는 얘기다. 상사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지만 ‘이건 아니다’고 생각할 땐 과감하게 대처하는 강단을 갖췄다는 후문이다.

정 감사는 7급 공채로 ‘비고시’ 출신이다. 때문에 나이 어린 고시 출신 상사를 모신 경우가 많았다. 기재부 금융정책국 시절 상사에게 부당한 처사를 받자 사무실 문을 잠근 뒤 단둘이서 담판을 지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열혈남아’로 통할 만큼 열정적으로 업무에 일했다”며 “모범생들만 모인 기재부에서 전무후무한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강한 개성은 불미스러운 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04년 증권·선물·코스닥 등 3개 거래소를 통합하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설립준비반장 시절 휘하로 파견 나온 거래소 직원들에게 완력을 행사하며 군기를 잡아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정 감사의 성향을 잘 아는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이 그를 영입한 데는 해이해진 조직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임 회장은 은행제도과장 시절 그를 사무관으로 데리고 일했다.

박신영/류시훈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