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리턴맘'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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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 70%는 여성 채용에 달려정부는 2
퇴직자 재취업을 장려하기보다
경력단절 없애는 환경 조성해야
박종구 <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
경력단절 여성은 전체 기혼 여성의 20.1%인 195만명에 달한다. 2012년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5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1.8%보다 훨씬 낮다. 경력단절의 가장 큰 이유는 결혼·출산에 따른 육아부담이다. 양질의 보육시설 부족, 유연한 근무환경 미흡, 경력단절 후 재진입 어려움 등이 여성 고용을 위축시키는 주요인이다.
따라서 여성의 경력 유지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경력단절 후 재취업 등 사후지원보다 임신·출산 시기를 잘 넘겨 애초에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돕는 정책이 보다 효과적이다. 육아휴직 의무 보장, 국공립과 직장 어린이집 확대 등을 통해 일·가정 양립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도 3%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적극적인 부모 육아휴직 정책 실시 후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의 고용률이 크게 늘어난 점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노르웨이는 1993년 육아휴직 아버지 할당제를 도입해 남편이 휴직을 하지 않을 경우 부모의 육아휴직 혜택을 박탈했다. 노르웨이가 2012년 79.9%의 높은 고용률을 기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활성화도 시급하다. 대졸 여성의 잠재소득 손실이 3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2.1%로 OECD 평균 82.6%보다 크게 떨어진다. 리턴맘 정책보다 육아휴직의 내실화 등을 통해 퇴사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 여성 10명 중 3명이 육아휴직 후 1년 내에 그만두는 실정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에서 가장 활용도가 낮은 자원이 여성 인력”이라며 아베노믹스의 핵심이 우머노믹스(womanomics)임을 역설했다. 70% 여성이 첫 아이 출산 후 일을 그만두고 학위 소지 여성의 74%가 자발적으로 사직한다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의 여성 경제활동률이 미국 캐나다 등 선진 7개국 평균치로 높아지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포인트 늘어난다고 한다.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을 깨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3000여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2% 선이다. 그러나 아직도 포천 500대 기업 중 10%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다. 한국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각각 8.4%, 2%에 불과하다. 로자베스 캔더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는 대기업이 자격을 갖춘 적임자를 찾기 어려워 여성 임원이 적다는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비판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섬세하고 신중하며 타인의 감정과 관계를 중시하므로 21세기 개방적·수평적 조직문화와 잘 조화된다.
여성 고용이 촉진되기 위해서는 고용유연성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남녀 임금격차가 주로 여성의 근로시간 부족과 경력단절 등에 기인한다며 근로시간 조절 등 고용유연성을 높이면 임금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간제 일자리, 유연근무제 등 고용과 근무형태 다양화가 제고될 때 여성 고용이 활성화된다.여성의 경력단절이 없어야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여성이야말로 저성장 고령화의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박종구 <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