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탄소세 수정되나?···미국도 "한·미 FTA 위반" 항의

주한미국상공회의소, 韓정부에 FTA 어긋나 시행금지 요청
윤상직 산업부 장관도 재검토 필요 밝혀···개편안 나올지 '촉각'
[ 김정훈 기자 ] 환경부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저탄소 자동차 협력금(탄소세) 제도를 놓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반된다고 미국 측이 항의했다. 앞서 산업계가 '국산차에 불리한 탄소세'라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일부 개편안이 나올지 자동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한국 정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탄소제 제도가 한·미 FTA에 어긋나고 불균형적이어서 시행해선 안된다는 보고서를 보냈다. 또 USTR도 이런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탄소제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한국차는 대당 평균 108만원, 일본차는 146만원, 유럽연합(EU)차는 176만원을 각각 부담해야 하지만 미국산 자동차는 약 500만원 가량의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결국 배기량이 큰 중·대형차가 많은 미국산이 한국산의 4.6배, 일본산의 3.4배, 유럽산의 2.9배에 달하는 부담금을 내야 해 한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것.

탄소세는 환경부가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저연비 차를 구입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탄소 배출이 적은 고연비 소형차나 친환경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겐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제도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그린카 육성 정책의 세부조치로 마련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암참은 그러나 이 조치가 한·미 FTA의 관세 인하 혜택을 무력화하고, 엔진 배기량에 따른 차등 과세를 금지한 규정에 사실상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당초 탄소세 구상시 국산차 업계나 FTA 규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의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켜 환경에 일조한다는 취지가 한국의 수출산업 특성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계도 탄소세가 재검토 없이 도입되면 탄소 배출량이 적은 유럽산 디젤차 판매 비중이 전체 70%를 차지하고 있는 수입차 업계만 이익을 주는 등 국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관련 제도가 수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탄소세 제도가 수입차에 유리하고 국산차에는 불리한 형평성 문제가 있어 환경부와 협의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탄소세 재검토와 관련해선 현재 산업연구원과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조세재정연구원 등 3개 국책연구기관이 탄소세 수정안을 놓고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수출 의존도가 높아 대외통상문제는 환경 관계가 고려돼야 한다"며 "자동차업계의 부담이 큰 만큼 제도 개선안 등 재검토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