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간 2교대' 1년…울산 상권지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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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매출 30~50% '뚝'…삼산동 술집·모텔 등 사라져“대낮에 윈드서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니,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일입니다.”
스크린골프장 18곳 늘어…건강·자기계발 강좌 '북적'
1조(오전 6시50분~오후 3시30분) 근무팀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변속기 사업부의 이호재 씨(50)는 10일 일이 끝나자마자 태화강에서 윈드서핑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사내 동호회원이 40명이나 된다”며 “하루 10시간씩 밤샘근무했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3월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입한 주간 2교대가 1년 만에 근로자들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여가생활 강좌에 신청 몰려
현대차가 문화회관에 마련한 30여건의 여가생활 프로그램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올해 처음 시행한 건강관리 강좌에 547명이 한꺼번에 몰렸다. 울산과학대에 위탁한 산업경영학과 학사과정에는 지난해 22명에 이어 올해도 21명이 입학했다. 근로자의 여가활동을 총괄 지원하는 김문홍 울산교육실장은 “인문학·교양 아카데미와 자동차정비 등 자기계발 프로그램에 지난 한 해 동안 1만명 이상이 참가했다”며 “보다 더 알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점 ‘죽쑤고’, 당구장 ‘호황’ 울산시 명촌동에서 오리전문집을 운영하는 김선식 씨(52)는 “1년 전만 해도 가게가 밤새 현대차 근로자들로 북적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장사가 안돼 눈만 뜨면 스크린 골프장 할 자리가 없나 찾아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울산시 북구청이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의뢰한 ‘현대차 근무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여 동안 북구지역 식당은 급격한 불황에 휩싸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 인근 음식점 75곳 가운데 85%인 64곳은 주간 2교대 시행 전보다 평균 매출이 36% 줄었다. 울산공장 바로 맞은편 양정동 일대 음식점 9곳은 매출이 평균 59%나 급감했다. ‘명촌베가스’로 호황을 누렸던 명촌·진장동 일대 식당도 매출이 20~30% 줄었다. 반면 당구장이나 스크린골프장 등 취미 오락업소는 밤낮없이 근로자들로 넘치고 있다. 당구장은 1년 전 45개에서 55개로 22.2%, 스크린골프장은 50개에서 68개로 36% 늘었다.
현대차의 주간 2교대는 울산 최대 유흥1번지인 삼산동 일대 상권지도도 바꾸고 있다. 강성 JDI부동산컨설팅 대표는 “고급 술집과 모텔, 카페 등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고 그 빈자리를 20~30대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양식당과 퓨전음식점 등이 들어서는 등 상권지도가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근로자 유치 나선 지자체
울산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은 현대차 근로자를 유치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연간 5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를 받고 평균 연봉 8000만원대인 현대차 근로자들의 지역 소비를 유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울주군은 서생면 진하리 일원에 60억원을 들여 660㎡ 부지에 지상 3층 연면적 2000㎡ 규모의 해양레포츠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동구도 고늘항에 50여척 규모의 보트 계류 시설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북구는 지난해 6월 34억원을 들여 당사동에 해양낚시공원을 완공했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대차 근로자들의 여가생활 변화는 울산의 레저문화는 물론 경제와 문화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주간 2교대
1조와 2조로 나눠 각각 8시간과 9시간 일하는 방식이다. 1조는 오전 6시50분 출근, 오후 3시30분 퇴근하고 2조는 오후 3시30분 출근, 다음날 오전 1시30분 귀가한다. 울산에는 현대차 3만4000여명(사내 협력업체 포함)과 세종공업 등 11개 부품협력사를 포함해 모두 4만여명이 주간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